최근 인공지능(AI) 주식을 두고 월가의 전설로 꼽히는 두명의 투자 대가가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주식을 6조원치 사들인 반면, 영화 <빅쇼트>의 실제 모델인 마이클 버리 사이온자산운용 창업자는 엔비다아 주가하락에 베팅하는 풋옵션을 매수했다.
AI 산업을 놓고 서로 다른 선택을 한 것이다. 시장에서도 AI가 모든 산업을 집어 삼킬 것이라는 대세론과 함께 투자대비 효용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거품론이 혼재하고 있다.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에서 관람객이 HBM 실물을 보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사회, 경제, 산업구조 전체가 AI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보고 막대한 자본과 연구개발비가 투입되는 반면 AI 혁신은 과장됐고, 빅테크가 앞다퉈 추진하는 대규모언어모델(LLM)·데이터센터 투자가 결국 부채 부담과 수요 둔화를 부를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적잖다.
사실 AI 버블론은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지난 19세기 네덜란드 튤립 버블부터 20세기 자동차 버블에 이어 1995년 인터넷 만능론을 바탕으로 한 닷컴 버블과 2017년 암호화폐 거품론까지 산업혁명 이후 기술의 진보와 함께 거품론이 반작용처럼 따라다녔기 때문이다.
매번 신산업과 기술 혁신이 등장할 때마다 과열과 붕괴, 정착의 과정을 지나온 셈이다. ‘AI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장밋빛 기대로 투자 열풍이 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수익이 뒷받침해주지 못한다는 점은 닷컴 버블을 연상시킬 수 있다. 그러나 산업 자체가 거품으로만 이뤄졌다고 보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버블론을 논하기 전에 버블의 역사에서 거품을 견디고 세상을 바꾼 기업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스마트폰을 선보이며 일상을 바꾼 애플을 비롯해 전자상거래 수익모델을 창출한 아마존, 인프라를 장악한 애플과 같이 기술의 본질에 충실하고 혁신을 내세운 곳만이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최근 내년도 인사와 사업계획 방향을 발표한 기업들을 보면 너 나 할 것 없이 ‘AI’를 화두로 꺼내들고 있다. AX(AI 전환)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목표다. AI 버블과 기대가 공존하는 상황 속에서 ‘언젠가 돈이 될 것’이라는 서사만 있는 비즈니스는 AI 거품과 함께 사라지기 마련이다. 인력·전력·인프라·데이터센터 구조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수익모델을 바탕으로 산업 성장을 이룰 수 있길 기대한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