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통가의 인사 키워드는 단연 '쇄신'일 겁니다. 내년도 정기 인사를 두고 롯데, 신세계그룹, CJ그룹 등 유통 기업들은 하나같이 혁신에 기반한 새로운 성장 모델 도입 강조와, 강도 높은 인력 교체로 강력한 인사 드라이브를 걸었는데요.
가장 먼저 쇄신의 칼을 뽑은 곳은 신세계였습니다. 지난 9월 주요 유통 그룹사들 중 가장 빠른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한 신세계그룹은 실적 방어에 어려움을 겪었던 계열사 수장들을 대거 교체했습니다.
세부적으로 인사를 통해 지마켓, SSG닷컴, 신세계디에프(면세점), 신세계건설,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푸드, 조선호텔앤리조트, 신세계라이브쇼핑 등 총 8개사의 대표가 바뀌었는데요. 신세계는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하고 본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대적인 인사 개혁을 시도했습니다.
CJ그룹도 통상적인 패턴과는 다른 인사 단행에 나섰습니다. 선제적으로 지난 10월 핵심 계열사인 CJ제일제당과 CJ푸드빌 대표이사를 교체하는 '깜짝 인사'를 먼저 단행하고, 11월 신규 경영 리더 승진 인사를 실시했는데요.
각 사업별 성장을 주도할 적임 대표를 우선적으로 배치하자는 차원에서 이 같은 인사를 단행했다는 것이 CJ 측 설명입니다.
가장 최근 인사를 실시한 롯데그룹의 경우 유례없는 고강도 쇄신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롯데그룹은 업황 침체, 유동성 위기 등으로 주력사업 전반에 걸쳐 어려운 시간을 보냈던 것이 사실인데요. 그룹 분위기 반전이 절실한 분위기 속에 전체 최고경영자(CEO)들의 3분의 1 규모인 20명의 CEO들을 교체했습니다.
특히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 이영구 롯데 식품군 총괄대표 부회장,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 부회장 등 4명 모두가 일선에서 물러나고, 주요 계열사 대표들도 상당수 바뀌었는데요. 정기 인사를 통해 부회장단 전원이 물러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사실 유통산업은 약 10년 전까지만 해도 전통산업으로 인식되며 꾸준한 성장가도를 달려왔는데요. 하지만 최근 수년 들어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경기 침체에 따라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 현상이 강해지고, 유통 업황의 패러다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히 기울게 됨에 따라 기업들의 위기의식도 그만큼 고조됐기 때문이죠.
어쩌면 최근 유통업계의 이 같은 인사 칼바람은 전례 없는 위기를 선제적으로 극복하고 대응하겠다는 의지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생존을 위해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이들 기업에게 이번 겨울은 유독 혹독하게 느껴질 텐데요. 경기가 풀리고 유통 업황도 개선돼 1년 후에는 이 같은 쇄신 칼바람 소식이 조금은 줄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