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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무죄 무전유죄
입력 : 2025-11-27 오후 9:01:03
서울올림픽의 열기가 채 식지 않은 1988년. 교도소로 이송 중이던 호송버스에서 총과 실탄을 빼앗아 탈출한 지강헌 등 탈주범 6명이 벌인 탈주극을 재구성한 영화 <홀리데이>에서 나오는 유명대사입니다. 이는 '돈이 있으면 무죄로 풀려나지만 돈이 없으면 유죄로 처벌받는다'는 말로 당시 법원에 대한 비판을 보여준 말입니다. 
 
영화 <홀리데이> 포스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40년 가까이 흐른 지금까지도 이 말은 여전히 회자되고 있는데요. 이는 많은 국민들이 여전히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것을 방증합니다. 지난 5월에 발표된 <한겨레·정당학회·STI '2025~26 유권자 패널조사'>에서 진행한 '기관 및 집단의 신뢰도 조사'에 따르면 법원에 대한 신뢰도는 10점 만점에서 3.8점을 기록했습니다. 이와 같은 수치를 나타낸 것은 국회였고, 가장 낮은 곳은 검찰이었는데요. 3.2점을 기록했습니다. 
 
27일 선고된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의 아들 '마약 투약' 사건 항소심을 보면 그 이유가 더 명확해집니다. 보통 마약 사건의 경우 5년 이하에서 10년 이하의 법정 구속이 이뤄지는데요. 유명인·상습투약·증거 다수의 경우에는 4년 구형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이 의원의 아들은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는 집행유예로 감형됐습니다. 재판부는 "7개월 간 구속을 통해 반성한 점, 법정 태도가 진정성 있다고 보이는 점"을 이유로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지인들과 함께 최소 9차례 대마 매수를 시도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과거 마약을 수거하지 못해 미수에 그친 적도 있습니다. 결국 유명인(공직자의 아들), 상습투약 혐의, 증거 다수란 조건에 충족함에도 7개월간 징역살이로 구속기한이 대폭 감소한 것입니다. 
 
해당 기사에 달린 누리꾼들의 반응을 보면 "저렇게 쉽게 풀어주면 당장 오늘 저녁부터 마약을 다시 시작하는 거 아닌가"(zish***) "유전무죄 무전유죄"(saga***) "마약을 해도 국짐당 것 아들이면 반성으로 집행유예인가? 초범도 아닌데"(quie***) 등의 비판이 가득합니다. 
 
더불어 내란 특검(특별검사 조은석)이 12·3 비상계엄 당시 법무부에 계엄 가담 지시를 내린 혐의로 박성재 전 장관에 청구한 구속영장은 두 번이나 기각됐습니다. 이유는 "향후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의 우려가 없다"며 "위법성 정도를 다툴 여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박 전 장관은 평생 검사로 일하며 비상계엄이 불법하다는 것을 모를 수 없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번번이 법원의 구원으로 구속을 피하고 있습니다.
 
검찰들의 행태는 어떤가요. 선택적 항소 포기를 통해 누구는 봐주고 누구는 끝까지 처벌하는 행태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권력자들의 버티기 전략과 시간 끌기 전략을 검찰이 정식으로 인정해 준 후안무치한 결정"이라며 "이번 항소 포기는 대검 예규를 위반한 것이며, 또 나경원 의원에 대해 해당 사건의 범죄 행위 외에 현재까지 법사위에서 지속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국회법 위반 행위가 양형에 반영되지 않아 항소를 했어야 하는 사안"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선거제 개편안과 사법제도 개혁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놓고 여야의 극한 대치가 지난 2019년 4월 26일 새벽까지 이어진 가운데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아침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의안과 문을 열려고 할때 사용한 쇠 지렛대(빠루)를 들고 있다 이날 의총 사회를 본 김정재 의원은 "나경원 대표가 들고 나온 이 쇠 지렛대(빠루)는 어제 7층 의안과 앞에서 민주당인지 경호과인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들이 사용한 것을 저희가 뺏은 겁니다" 라고 설명했다. (사진=뉴시스)
 
실제 국회법(및 선진화법 포함) 제 166조에 따르면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폭력행위, 회의장 점거, 진입 방해, 물리적 방해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어기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일부 개정안에 따르면 회의장 접근로 봉쇄, 시설 손상 등을 포함해 "회의 준비 방해" 행위에 대해서도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이란 처벌 규정이 존재합니다. 즉 법적으로 '징역 또는 벌금형'이 가능한 중범죄로 규정됩니다. 
 
국민들의 신뢰를 잃은 사법부는 개혁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곧 12·3 비상계엄이 발생한 지 1주년이 됩니다. 그러나 아직 우리는 '내란 세력'을 청산하지 못했습니다. 전직 대통령이었던 윤석열씨처럼 무력으로 '쓸어버린다'면 쉽게 내란도 종식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그들과 달리 합당한 법리로 그들을 심판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검찰과 사법개혁의 속도도 높여야 할 것입니다. 
 
한편, <2025~26 유권자 패널조사>는 지난 5월 8~11일 동안 진행됐고,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775명, 조사방법은 인터넷 조사(97.8%)와 유무선 전화면접조사(무선 1.5%, 유선 0.7%) 병행, 응답률은 59.3%,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1.9%포인트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됩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진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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