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급격한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전기차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자율주행 기술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와 산업계가 자율주행차 분야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 의지를 밝히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테스트 중인 라이드플럭스 무인 자율차 실내 사진. (사진=라이드플럭스)
한국은 자동차 생산국이자 반도체 강국이라는 독특한 위치에 있다.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완성차 업체들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기업들은 자율주행에 필수적인 고성능 칩 개발에서 앞서가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이 보유한 기술력은 자율주행차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자산이다. 메모리 반도체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와 AI 가속기 개발에서도 빠르게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
이러한 강점을 바탕으로 한국은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퍼스트 무버가 돼야 한다. 기술 혁신의 역사를 보면, 시장을 먼저 선점한 기업과 국가가 표준을 주도하고 생태계를 장악해왔다. 한국이 반도체와 AI 기술에서 보유한 경쟁력을 활용해 자율주행 분야에서 선도적 위치를 차지한다면, 단순히 완성차를 수출하는 것을 넘어 핵심 부품과 플랫폼, 소프트웨어까지 공급하는 종합 솔루션 제공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해서는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가 필수적이다. 정부는 자율주행 핵심 기술 개발을 위한 R&D 예산을 대폭 증액하고, 민간 기업의 투자에 대해서는 세제 혜택과 보조금을 통해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AI 반도체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의 융합 기술 개발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한국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물론 도전 과제도 만만치 않다. 중국은 막대한 자본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미국의 테슬라와 구글 웨이모는 이미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다. 하지만 완성차 제조, 반도체, AI, 통신 인프라를 모두 갖춘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이 독특한 강점을 결합하고, 정부와 기업, 학계가 긴밀히 협력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자율주행차라는 새로운 기회 앞에서, 반도체와 AI 강국으로서의 역량을 총동원하고, 과감한 투자와 혁신으로 앞서 나간다면 한국은 다시 한번 세계를 놀라게 할 수 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