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 아니라, 1등끼리 또 붙어서 초 1등이 되는 세상 같아요. 검색은 구글, 동영상은 유튜브, 메신저는 카카오, 시총 1위 빅테크들 이름만 떠올려도 시장 구도가 거의 끝난 느낌이죠. 문제는 2등, 3등이 아니라 1등조차 '나 혼자선 부족하다'며 다른 1등을 찾아다니는 분위기라는 거예요. 살아남으려면 압도적 1위가 되거나, 아예 판을 새로 짜야 하는 식으로 경쟁이 각박해진 거죠.
(이미지=챗GPT생성)
이번 네이버와 두나무 결합도 딱 그런 장면입니다. 간편결제 1위권 네이버파이낸셜과 가상자산거래소 1위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주식 교환으로 한 식구가 되기로 하면서, 사실상 '국민 간편결제+국민 코인거래소' 조합이 탄생하게 됐죠. 이미 각각 자기 시장에서 탑 티어였는데, 아예 결제투자, 코인을 한 번에 묶어 거대한 디지털 금융 슈퍼앱을 만들겠다는 시그널처럼 읽힙니다.
비슷한 장면은 해외에서도 이미 있었죠. 구글이 온라인 동영상 1위 유튜브를 인수해 검색 1위+동영상 1위를 한 회사 안에 넣어버렸고, 페이스북(현 메타)은 모바일 사진 공유 1위 인스타그램을 사들이며 소셜 미디어 왕좌를 더 공고히 했습니다. 국내에선 모바일 메신저 1위 카카오가 음악 스트리밍 1위 멜론(로엔엔터테인먼트)을 인수하면서, 메신저+음원 플랫폼을 한 손에 쥔 적도 있고요.
언뜻 보면 잘 나가는 회사들끼리 힘 합쳐서 더 좋은 서비스 만들겠다는 그림이지만, 다른 한편으론 1위끼리 뭉치지 않으면 언젠가 1위 자리도 위태롭다는 불안이 반영된 풍경 같기도 합니다. 상위 몇 개 기업에 데이터·자본·이용자가 더 쏠릴수록, 새로 뛰어드는 플레이어는 더 숨막히고요. 네이버와 두나무 딜을 보며 든 생각은 단순합니다. 요즘 경쟁은 1등을 따라잡는 싸움이 아니라, 1등조차 더 큰 1등이 되지 못하면 나도 위험하다고 느끼는 게임이 돼버렸다는 것이죠. 그래서일까요, 일상에서도 다들 은근히 이렇게 묻는 것 같아요. "너, 거기서 1위 할 수 있니? 아니면…그냥 다른 1위한테 붙을래?"라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