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사진=뉴시스)
정부는 지난 10월 중순, 서울 전역과 경기 남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대출 규제와 실거주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10·15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언뜻 보기엔 강력해 보였지만, 시장에서는 새로울 것 없는 규제 조합이라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한 달이 지난 지금, 시장은 이미 이 대책을 지나쳐버린 모습입니다. 거래량은 크게 줄었지만, 동시에 매물도 빠르게 사라졌습니다. 수요와 공급이 함께 멈춘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가격이 상승했고, 최고가를 경신한 단지도 등장했습니다. 정책이 안정을 만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장을 왜곡시킨 결과입니다.
이번 조치는 수요를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실제로는 공급까지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전세를 낀 매물은 허가를 받을 수 없고, 대출 규제는 실수요자들마저 차단하고 있습니다. 매수도 어려워지고, 매도도 부담스러워지면서 시장은 ‘잠김’ 상태에 들어섰습니다.
특히 전세시장의 불안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기보다 구조적인 문제로 번지고 있습니다. 서울의 중위 전세가격은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전세수급지수는 150을 넘기며 공급 부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일부 단지에서는 수백 세대 중 전세 매물이 한 건도 없는 상황입니다. 전세난은 경기도 외곽으로 확산되며 풍선효과를 낳고 있고, 이는 매매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큽니다.
더 우려되는 부분은 공급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올해 착공과 분양 실적은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2~3년 후 입주 절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의 정체는 단순한 조정이 아니라 향후 심각한 공급 부족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결국 핵심은 여전히 같습니다. 수요는 수도권 주요 지역에 집중돼 있고, 시중 유동성은 여전히 풍부합니다. 규제는 이미 반복됐고, 시장은 그 패턴을 충분히 학습한 상태입니다. 단기적인 압박으로는 시장을 움직이기 어렵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실행력 있는 공급 대책입니다. 민간이 참여할 수 있도록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정비하고, 실제 입주로 이어질 수 있는 현실적인 공급을 추진해야 합니다. 단순한 계획이나 선언만으로는 시장의 신뢰를 얻기 어렵습니다.
10·15 대책 역시 6·27 대책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내용은 달랐지만, 시장은 이미 그 결과를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정책이 과거의 틀에 머무른다면, 시장은 더 이상 기다리지 않습니다. 이제는 규제가 아닌,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향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