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 중인 성분명 처방에 반기를 든 의사들이 또다시 거리로 나왔습니다.
정부는 현재 의약품 수급 불안정 해소와 환자 치료 접근성 강화를 위해 성분명 처방 도입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죠. 지난달 국회에서는 의사가 상품명 대신 주성분(성분명)으로 처방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이 발의됐고, 정부는 내년까지 관련 제도와 시스템을 완성할 계획입니다.
문제는 의사단체들이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 정책들을 악법으로 규정하고 총력 투쟁에 나서겠다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지난 정부에서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하며 총파업을 단행해 의료대란을 일으킨 의사들이 또다시 기득권 수호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성분명 처방이 환자 안전과 의약분업 원칙을 훼손한다는 궤변을 앞세워 제도 강행 시 집단행동을 무기로 정부 정책에 제동을 걸고 있습니다. 환자 목숨을 담보로 오로지 자신들의 기득권 지키기에만 급급한 의사들의 단체행동은 지탄받아 마땅합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유럽, 일본 등 다수 국가에서 성분명 처방을 도입해 건강보험 재정 절감, 제약산업 경쟁력 강화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여기에 의약품 유통 구조 개선, 건강보험 재정 안정, 환자 권리 강화 측면에서도 성분명 처방 도입은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제도입니다. 생동성 평가를 통과한 같은 성분의 약은 효과가 동일하기 때문에 이미 상당수 국가들이 성분명 처방을 제도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사들은 자신들의 처방권을 침해하고 환자 안전 위협을 근거로 성분명 처방을 3대 악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환자들의 목숨을 담보로 의료총파업도 불사한 의사단체들이 이번에는 환자 안전 위협을 운운하며 자신들의 밥그릇 지키기에 나선 행태는 목불인견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일각에서는 성분명 처방을 둘러싼 갈등을 처방권을 가진 의사와 조제권을 가진 약사 사이에서 벌어지는 주도권 싸움 정도로만 치부합니다. 하지만 성분명 처방은 단순히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 문제가 아니라 보건 의료 정상화와 환자의 선택권 확대를 위해 당위성을 가진 제도로서 이미 제약업계나 의료 현장에서는 제도 도입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도입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의사단체들의 반발에 막혀 제도화하길 주저해왔다는 것입니다.
성분명 처방으로 제네릭 품목 등 안전하고 다양한 약물 사용을 사용할 수 있어 제약업계에서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제네릭 위주인 국내 제약산업 구조상 불필요한 고가 오리지널 처방을 줄이고, 여러 제네릭 품목 중 경제성·품질에 따라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져 고질병으로 지적되는 리베이트 관행이 크게 개선 수 있기 때문이죠.
제도의 당위성이나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성분명 처방이 의사단체의 이기주의에 휘둘리지 않고 제대로 된 정책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길 기대합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