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계가 800조원이 넘는 대규모 국내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이 이목을 끌고 있다. 한미 무역협상 타결 이후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정부의 투자 요청에 적극 화답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이번 투자 계획 발표는 관세에 따른 미국 현지 생산 등 대미 투자 확대로 인해 국내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많다. 또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심화하는 가운데, 장기적으로 국내에 인공지능(AI) 중심의 첨단산업 생산 거점을 마련해 제조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목적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5년간 삼성전자는 450조원, 현대차는 125조5000억원, LG는 100조원을 각각 투자하고 SK는 2028년까지 128조원의 자금을 국내에 투입한다는 재계의 선택은 긍정 평가를 받을 만하다. 특히 생산 거점 조성 및 투자 계획이 지역에 집중된 점도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현 정부의 정책에 부합하는 것으로 향후 지역 첨단 생태계 육성 및 고용 창출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
이렇듯 ‘칭찬 받을 만한’ 재계의 투자 계획 발표에도 정작 전문가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실제 언제, 어떤 식으로 이행이 되는지 알 길이 없는 까닭이다. 정권 초기 으레 있었던 ‘정치적 레토릭’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곁들여진다. 실제로 이명박정권 때는 95조원, 박근혜정권 때는 155조원, 문재인정권 때는 300조원 안팎의, 윤석열정권 때는 1060조원의 대규모 투자 보따리가 재계에서 발표됐지만 실제 이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기업들이 연구개발(R&D)과 시설 등 투자 계획을 공시하고는 있지만, 실제 발표된 투자 계획에 합당한 수준인지 따져보는 장치도 마련돼 있지 않다. ‘과대 포장’의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결국 기업들의 투자 의미가 퇴색받지 않으려면, 자체 이행 로드맵을 상세히 마련해 의지를 적극 보여줘야 한다. 결과보다 과정이, 또는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하다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제대로 된 결과에는 정당한 과정이 수반된다. 계획보다는 이행이 중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