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메일
페이스북 트윗터
14년 월급 모아 '내 집 마련'
입력 : 2025-11-19 오전 12:08:50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최근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라는 드라마가 화제입니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부장'이라는 타이틀은 한국 사회에서 성공을 의미하지만 부동산이라는 '자산 격차' 앞에선 한없이 약해집니다. 주인공인 '김 부장'은 전문대 졸업자라고 무시했던 라이벌이자 후배 팀장이 매매가격 68억원의 반포 자가 아파트에 사는 것을 알고 입이 떡 벌어집니다.
 
김 부장은 후배 팀장의 억 소리 나는 아파트 보유에 충격을 받았지만, 김 부장이 살고 있는 서울 구축 아파트 구매도 어려운 것이 실상입니다. 국토교통부가 전국 6만1000가구를 조사해 지난 16일 발표한 '2024년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자가 가구의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수'(PIR·Price Income Ratio)는 중간값 기준 6.3배(약 6년 4개월)로 나타났습니다. PIR은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았을 때 집을 장만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뜻합니다. 
 
서울 PIR은 13.9배를 기록했습니다. 약 14년 동안 월급을 고스란히 모아야 서울에 집을 장만할 수 있는 겁니다. 서울 주택가격 중간값 8억원, 평균 연소득 5760만원을 기준으로 한 수치입니다. 전년도 서울 PIR은 13.0배였으나, 소득보다 주택가격 오름 폭이 더 뛰며 PIR이 상승했습니다. 김 부장은 대기업에 다녀서 그나마 자가 마련이 가능했던 건지도 모릅니다. 
 
서울 서초구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처음 '내 집 마련'까지의 시간은 더 벌어졌습니다. 국토부 조사에서 생애 최초로 주택을 마련하는 데 소요된 연수는 7.9년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2019년 6.9년에서 5년 만에 1년이 더 늘어난 것입니다. 
 
현실에서 내 집 마련의 꿈은 한층 더 멀어졌지만 국회에서는 부동산 정책을 두고 '감정 싸움'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18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분노해 평정심을 잃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김 의원이 김 실장 딸의 전세 여부 등을 물으며 디딤돌 등 사업 예산 삭감을 지적하자 김 실장은 "왜 가족을 엮느냐"며 화를 내며 반발했습니다. 옆자리에 앉은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과 운영위원장인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가 여러 차례 말릴 정도였습니다. 
 
주택시장의 안정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시급하지만 정치권은 선거를 의식한 정책과 정쟁에 매몰된 채 정작 중요한 주택공급 대책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무주택자와 유주택자의 자산 격차는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젊은 세대가 마주한 14년짜리 '내 집 마련' 숙제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김성은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