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들은 벌써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매장을 단장하며 연말 성수기 모드에 들어갔습니다. 소비심리가 여전히 부진하지만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특수를 기대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는데요. 시장의 관심은 자연스레 이달부터 내년 초까지 이어지는 성수기 효과가 그동안 주가 흐름에서 소외됐던 유통업종에 온기를 가져올지로 향하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 6월4일 새 정부 출범 이후 유통업종 지수는 390.46에서 462.80으로 18.6% 상승했습니다. 상승폭 자체만 보면 양호해 보이지만 같은 기간 코스피가 48.2% 뛰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체감 온도는 크게 다른데요. 정책 모멘텀과 민생지원 소비쿠폰이 일시적 수요를 만들었지만, 전반적인 경기 둔화로 소비심리가 반등하지 못한 탓입니다. 고금리·고물가로 지갑이 굳어지면서 경기 민감 주로 분류되는 유통주는 그동안 상승장에서 철저히 비켜선 업종이었죠.
하지만 시장에서는 최근 들어 유통주는 바닥을 다졌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두 가지 변화가 자리한다. 첫째 연말·연초로 이어지는 전통 성수기 효과입니다. 크리스마스와 명절 시즌은 백화점·편의점·온라인몰 등 유통 전반의 구매력이 살아나는 시기죠. 소비 여력 자체는 제한적이더라도 계절성 수요는 분명 존재해 실적 변동성을 완화해줍니다.
둘째는 면세점 부문의 구조조정 완료입니다. 그간 중국 소비 회복 지연과 해외 관광 패턴 변화로 면세업계는 발목이 잡혀 있었지만 주요 기업들이 인력 조정과 사업권 반납 등 몸집 줄이기를 마무리하면서 리스크 요인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오히려 효율화 작업이 끝난 지금이 체질 개선의 출발점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습니다.
여기에 3분기 실적 역시 기대 이상의 안정감을 보여줬습니다. 신세계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했는데 순이익은 31.9% 늘며 수익성이 확실히 개선되는 흐름을 확인했습니다. 현대백화점도 영업이익이 12.3% 늘며 선방했고 특히 순이익이 67% 이상 증가했다는 점은 비용 개선 효과가 크게 반영됐음을 보여줍니다.
롯데쇼핑의 전체 영업이익은 15.8% 감소했지만, 백화점 부문만 놓고 보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0.7%, 9% 증가하며 3분기 연속 개선세를 이어갔습니다. 대형 오프라인 유통이 완전히 죽지 않았다는 방증이죠. 긴 침체 속에서도 체질을 꾸준히 손보며 효율성을 키운 결과가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결국 이번 크리스마스 시즌은 단순한 연말 이벤트가 아니라 유통주의 반등 가능성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입니다. 성수기 효과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구조조정 이후의 효율화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난다면 유통주는 다시 한번 시장의 시선을 끌 여력이 있죠. 오프라인 유통의 존재감이 예전만큼 강하지 않더라도 돌아볼 만한 시기가 도래했다는 평가에는 업계와 시장 모두 공감하는 분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