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공식 환영식에서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한국과 미국이 관세 협상 최종 결과물인 합동 설명자료(조인트 팩트시트)를 발표했습니다. 팩트시트를 보면 의약품에 부과되는 관세는 15%를 넘지 않기로 했습니다. 제네릭의 경우 무관세 혜택이 적용됩니다. 협상 초반 의약품에 최혜국 대우를 보장받았다던 정부 측 발표의 연장선상으로 해석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약품 관세를 250%까지 올리겠다고 엄포를 놓은 점을 감안하면 성공적인 결과입니다. 반대로 미국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의약품 관세가 '제로'였던 점을 상기하면 뼈아픕니다.
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 중인 가운데 의약품 15% 관세를 끌어낸 결과가 득인지 실인지 따져보기보다 선행돼야 할 고민이 있습니다. 바이오시밀러의 관세 적용 여부입니다.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일한 성분, 동일한 화학 구조로 만들어낸 제네릭처럼, 바이오시밀러는 같은 성분으로 만들어진 바이오의약품입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 모두 복제약이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한국의 바이오시밀러 생산능력은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습니다. 셀트리온이 정맥주사(IV) 제형인 '레미케이드(성분명 인플릭시맙)'의 바이오시밀러를 피하주사(SC) 제형으로 탈바꿈한 게 대표적 예입니다.
K-바이오시밀러의 질적 수준이 좋아진 만큼 대미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습니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가 유엔(UN) 무역통계데이터를 인용한 '미국의 의약품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의약품 규모는 지난해 기준 39억7000만달러(약 5조7267억원)로 집계됐습니다. 5년 전인 2020년 19억달러(약 2조7407억원)에서 100% 성장한 성적표입니다.
5년 만에 수출 규모가 100% 뛸 수 있었던 배경은 바이오시밀러입니다. 오리지널 의약품을 개선한 바이오베터를 포함한 바이오시밀러 수출 규모는 작년 한 해에만 39억7809만달러(약 4조4401억원)에 달했습니다. 전체 수출의 77.5%를 바이오시밀러와 바이오베터가 차지하는 셈입니다.
미국으로 향하는 바이오시밀러에 관세가 붙을지 여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바이오시밀러를 다른 의약품과 동일하게 본다면 15%의 관세 부과가 유력합니다. 반면 바이오시밀러를 제네릭과 동급으로 여긴다면 무관세 혜택도 넘볼 수 있습니다.
지금 상황만 놓고 보면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불확실성이 너무 큰 탓이죠.
분명한 건 바이오시밀러 신속 허가를 위한 문턱 낮추기가 예정된 상황에서 대외 변수가 생긴 게 안타깝다는 점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품질·비교약동학시험(1상)만으로 동등성이 확인되는 경우 바이오시밀러 임상시험 3상을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계획대로 된다면 바이오시밀러 허가 기간은 406일에서 295일까지 줄어듭니다. "(의약품) 심사 기간을 전 세계에서 가장 짧게, 획기적으로 줄일 생각"이라던 이재명 대통령의 약속이 현실로 이어지는 겁니다.
이제 막 기지개를 켠 한국산 바이오시밀러가 트럼프라는 변수를 어떻게 극복해낼지 궁금해집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