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방문한 게임 전시회였지만, 부산 벡스코에 들어서는 순간 올해도 지스타가 열렸다는 사실이 몸으로 느껴졌습니다. 관람객의 발걸음은 바뻤고, 게임 속에서 나온 것 같은 관람객들이 즐비했습니다. 부스들도 화려했죠. 지스타 열기가 무르익을 때쯤 낯익은 얼굴들도 찾았습니다. 김민석 국무총리와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대표적입니다. 대통령 참석에 대한 기대감이 살짝 비껴가긴 했지만, 현장에서 정치권 인사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만으로도 업계 관계자들은 여러 표정을 숨기지 못했습니다.
사실 선거철만 되면 사방에서 "현장을 챙기고 있다"는 말이 들립니다. 유세차 옆에서 사진 몇 장 찍고, 청년 표심 공략이라며 e스포츠 경기장에 들러 "게임 좋아한다"고 말하는 정치인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게임 규제 완화 논의에서는 한마디도 보태지 않아 업계는 정치인들의 발걸음에 반신반의하는 모습입니다.
(사진=뉴스토마토)
지스타에 오는 정치인의 발걸음도 늘 두 얼굴을 갖고 있다고 보는 것이죠. 관심의 표시일 수도 있고, 단지 표를 위한 체크리스트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올해 총리와 여야 대표까지 찾은 지스타 현장도 그 경계를 넘나들었다는 것이 업계의 관전 평입니다.
게임업계가 진짜 바라는 건 화려한 방문이 아닙니다. 게임을 중독물질로 보던 시선에서 벗어나, 콘텐츠 산업으로 정당하게 인정받는 일입니다. 개발비 세액공제든, 규제 완화든, 산업 인재 양성이든, 말뿐인 관심을 넘어 실질적인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절박함이 큽니다.
벡스코 밖에는 여전히 긴 대기줄이 만들어지고, 새로운 게임을 기다리는 청년들의 표정은 설렘으로 가득합니다. 지스타를 찾는 정치인들의 카메라 앞 미소도 좋지만, 그 미소가 내년 같은 자리에서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클겁니다. 게임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보다, 게임을 산업으로 대하는 결심이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