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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의 영역에 접근한 AI
입력 : 2025-11-13 오후 5:25:01
 
[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저는 록(Rock) 음악을 유난히 사랑하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출퇴근길과 취재를 위한 이동, 심지어 원고 마감 직전의 긴장된 순간까지도 제 곁에는 늘 기타 사운드와 드럼의 비트가 함께했습니다. 덕분에 유튜브 뮤직이나 스포티파이 알고리즘이 제 취향을 꽤 정확하게 파악해준다고 생각해왔습니다. 평소 즐겨 듣는 장르를 기반으로 비슷한 무드의 곡을 추천하거나 자연스럽게 다음 연주로 이어주는 기능이 ‘발견의 기쁨’을 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음악 알고리즘이 꽤 묘한 선물을 가져다줬습니다. ‘DEADLUVE(데드러브)’라는 하드록 밴드의 ‘Heavy’라는 곡을 추천해준 겁니다. 첫 소절을 듣자마자 “이건 내 취향이다”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유려하게 흐르는 멜로디, 단단한 사운드 질감, 감정을 정교하게 건드리는 보컬까지. 오랜만에 가슴이 뜨거워지는 경험이었습니다. 

심지어 이런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이 정도 멜로디와 사운드 감각을 가진 밴드가 왜 이제서야 나온 거지?” 
 
호기심에 밴드 정보를 찾기 위해 구글링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검색해도 멤버 구성, 결성 시기, 활동 연혁 등을 전혀 찾을 수 없었습니다. SNS에도, 음악 사이트에도, 커뮤니티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파고들다 상당히 충격적인 문장을 마주했습니다. 
 
“데드러브는 아마도 AI로 생성된 뮤직 프로젝트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휴먼 밴드가 아닙니다.” 
 
순간 뒤통수를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밴드 음악이라는 장르는 기본적으로 ‘합주’라는 인간적 호흡, 멤버 간의 상호작용, 들숨과 날숨까지도 섬세하게 묻어나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입니다. 물론 디지털 음원 시대에 원맨 밴드나 홈레코딩 뮤지션이 흔해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최종적으로 음악을 만든 주체는 인간이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AI가 밴드의 외형을 지닌 채 완성도 높은 곡을 내놓는다는 건 꽤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그 사실을 알고 다시 ‘Heavy’를 들으니 보이지 않던 실루엣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묘하게 이질적인 사운드 질감, 여러 유명 밴드의 특징을 ‘교묘하게 비껴가는’ 코드 진행, 그리고 하드록 팬들이 가장 선호할 만한 음색적 요소만 추출해 혼합한 듯한 보컬. 설명하기 어려운 인공적인 매끄러움이 은근히 스며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비슷한 취향을 가진 친구에게도 이 노래를 추천했습니다. 대화를 나누던 중 그 친구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젠 AI가 만든 노래를 사람이 합주해서 SNS에 커버 영상을 올리는 시대가 오겠네.” 

시대의 흐름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여전히 아날로그적 감성을 간직한 세대로서 ‘무대 위 연주자의 땀과 호흡’이 사라진 미래를 상상하는 건 어딘가 허전하게 느껴졌습니다. 
 
AI가 창작의 문을 두드리고 ‘기계가 만든 예술’이 확장되는 시대 속에서 인간만이 줄 수 있는 감동은 어디까지인지, AI가 어디까지 이를 대체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시대가 온 것 같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송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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