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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잠이냐 원잠이냐
입력 : 2025-11-13 오후 4:19:01
정부의 잠수함 추진 체계 명칭이 열흘 사이 두 차례 바뀌었다. 처음엔 ‘핵추진잠수함’, 이후 ‘원자력추진잠수함(원잠)’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가 다시 원래 표현인 ‘핵잠’으로 돌아왔다. 정책이 아니라 단어가 뉴스의 중심이 된 셈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표현이 바뀌는 과정에서 설명이 궁색했던 것은 사실이다. ‘원잠’이라고 쓴다고 해서 핵 추진이 아닌 다른 추진 방식이 되는 것도 아니다. 굳이 기존의 ‘핵 추진’이라는 표현을 비껴가듯 ‘원자력’이라는 용어를 꺼내 들면서, 오히려 핵 관련 사안에 불필요하게 여지를 남긴 측면도 있다. 숨길 것이 없는 사안인데도 ‘핵’이라는 단어를 피하려 한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용어가 달라지자 언론과 관계자들은 의미를 다시 확인해야 했고, 최근 만난 홍보 담당자나 학계 관계자들도 “핵잠, 아니 원잠, 다시 핵잠이죠?”라며 우스갯소리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국방부가 문자메시지를 통해 ‘원잠’으로 써달라고 했다가 다시 ‘핵잠’으로 표현해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설명들이 이어진 것도 이런 어색한 흐름을 보여준다. 
 
정책 용어는 그 자체가 메시지이기 때문에, 표현의 변화만으로도 받아들이는 해석이 달라질 수 있어 일관성이 중요하다. 미국도 냉전기 ‘전술핵·전략핵’ 같은 표현이 조정될 때마다 정책 변화 여부를 두고 해석이 엇갈린 사례가 있다. 일본 역시 ‘군대’ 대신 ‘자위대’라는 명칭을 둘러싼 해석 차이로 설명이 반복된 적이 있다. 기술적 내용은 그대로인데 용어 차이로 생긴 혼선들이었다. 
 
국방정책은 용어 하나에도 무게가 실려야 한다. 핵 추진 체계는 기술·외교·안보가 맞물린 사안인 만큼, 표현의 선택에도 일관성이 필요하다. 정부가 다시 ‘핵잠’이라는 기존 표현으로 돌아온 것도 이러한 흐름을 정리하기 위한 선택에 가까워 보인다. 정책의 본뜻과 과제가 용어에 묻히지 않도록, 표현을 다루는 과정에서 세심함이 필요해 보인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윤영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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