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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너무 착해
입력 : 2025-11-13 오전 1:15:30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이 대표 너무 착하다. 나보다 더 착하다."
 
추미애 민주당 의원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사진 =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당대표였던 시절, 민주당이 당헌·당규를 개정한 직후 원내대표였던 박찬대 의원이 한 말입니다. 
 
'무당적' 국회의장 후보를 뽑는 경선에 당원 표심 20%를 반영하기로 했습니다. 당대표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경우 임기 1년 전에 사퇴해야 한다는 규정에 예외 조항을 신설했고,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하는 조항도 폐지했죠. 
 
박찬대 의원을 좋아하지만, 그때만큼은 싫었습니다. 한 사람만을 위한 맞춤용 개정. 
 
일본 기자 질문에 이재명 대통령 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카이치는 한국에서 극우라는 평도 나오는데 실제로 만나보니 어떠한가'라는 물음이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씩 웃으며 답했습니다. 
 
"총리께서 개별 정치인일 때와 일본 국가의 경영을 총책임질 때 생각과 행동이 달라질 거라 봅니다. 또 달라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저도 야당의 지도자일 때와 여야를 포함한 온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일 때 판단과 행동이 달라야지요. 만나기 전에 걱정을 안 한 건 아닙니다만, 대화를 나눠보니 똑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아주 훌륭한 정치인이었습니다." 
 
본 적 없는 '품격'이었습니다. 비명(비이재명)계 인사도 말하더군요. "문재인은 인간적으로 훌륭하지만 대통령 자질은 없었고, 이재명은 대통령감이다." 
 
'야당 지도자'일 때와 '온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의 차이를 그는 말이 아닌 태도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당대표 시절 그의 결정은 분명 '독선'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왜 그랬는지, 조금은 이해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봅니다. 그가 아닌 누구를 '국민의힘 대표'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이준석, 김기현, 장동혁―그 이름들로는 채워지지 않습니다. 
 
그가 다시 시동을 걸기 시작했습니다.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와 관련해서요. "정성호·추미애·조국, 누구든 붙자. 김어준 방송도 좋다." 
  
깐족거리던 한 전 대표의 등장이 매력적이었던 이유는 그가 위선으로 가득한 정치판에 통쾌한 한 방을 날려줬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시민들은 기대했습니다. 그 기세를 윤석열에게도 보여주기를. 
 
그에게는 수없이 많은 기회가 있었습니다. '김건희 특검법'을 둘러싸고 대통령실·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가 정면충돌했던 지난해 11월. 
 
그는 당내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굳이 의원총회를 열고, 실효성 없는 특별감찰관(특감) 추진을 밀어붙였습니다. 
 
'그토록 강조하던 국민 눈높이에 특감이 맞느냐’는 물음에, 그는 윤석열·김건희가 아닌 민주당을 언급했습니다.
 
"특감을 하는 것과 안 하는 것 중에서, 하는 게 국민 눈높이에 더 맞다. 민주당은 '특감 갖고 안 된다'고 하는데, 그럼 당신들은 왜 별것이 아닌 특감을 지난 5년 동안 하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 
 
그는 또 한 번 진흙탕 싸움에 뛰어들었습니다. 정성호·추미애·조국 사이에. 이 싸움이 그에게 맞는 자리인지, 그가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도 대통령이 되면 달라질 수 있을까요? 진정으로 착한 사람은 한 전 대표입니다. 그래서 늘 '진짜 싸움'의 자리를 놓칩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유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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