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타고 올라갔다가 뜻밖의 '낙하산'을 봤습니다. 인근 패러글라이딩장에서 뛰어내린 사람들이 하늘 위에서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죠. 숨이 차다며 불만이었던 아이들은 "와, 진짜 낙하산이야!"라며 손을 흔들었습니다. 하늘 속 패러글라이딩을 보며 문득 생각했습니다. 저들은 실력으로 바람을 타고 내려오는데, 조직의 '낙하산'은 늘 바람을 거슬러 내려온다는 걸 말이죠.
낙하산의 본래 쓰임은 위험한 상황에서 사람을 살리기 위한 도구였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에서 낙하산은 전혀 다른 뜻으로 쓰이곤 합니다. 공정한 경쟁을 무시하고, 윗선의 힘을 빌려 편하게 내려앉는 사람들을 가리키게 된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진짜 낙하산은 생명을 구하지만, 비유적 낙하산은 조직의 활력을 잃게 만듭니다.
최근 KT의 인사 논란은 그런 점에서 상징적입니다. 해킹 사태로 신뢰가 추락한 상황에서 낙하산 인사 논란까지 겹치며 KT 안팎의 피로감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내부에서 책임과 반성이 우선돼야 할 때, 외부의 힘에 기대 내려오는 인사들이 자리를 차지한다면 구조를 위한 낙하가 아니라 추락을 재촉하는 셈입니다.
조직은 위기 때일수록 바람의 방향을 읽을 줄 알아야 합니다. 낙하산이 안전하게 착지하려면 바람을 이용하듯, 기업도 내부 구성원의 신뢰를 바탕으로 서야 합니다. 하늘에서 내려온 낙하산보다 땅에서 땀 흘린 사람들이 존중받는 조직, 그게 진짜 안전한 착륙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