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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입력 : 2025-11-12 오전 11:03:37
산을 타고 올라갔다가 뜻밖의 '낙하산'을 봤습니다. 인근 패러글라이딩장에서 뛰어내린 사람들이 하늘 위에서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죠. 숨이 차다며 불만이었던 아이들은 "와, 진짜 낙하산이야!"라며 손을 흔들었습니다. 하늘 속 패러글라이딩을 보며 문득 생각했습니다. 저들은 실력으로 바람을 타고 내려오는데, 조직의 '낙하산'은 늘 바람을 거슬러 내려온다는 걸 말이죠. 
 
낙하산의 본래 쓰임은 위험한 상황에서 사람을 살리기 위한 도구였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에서 낙하산은 전혀 다른 뜻으로 쓰이곤 합니다. 공정한 경쟁을 무시하고, 윗선의 힘을 빌려 편하게 내려앉는 사람들을 가리키게 된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진짜 낙하산은 생명을 구하지만, 비유적 낙하산은 조직의 활력을 잃게 만듭니다.
 
KT 광화문 사옥. (사진=뉴스토마토)
 
최근 KT의 인사 논란은 그런 점에서 상징적입니다. 해킹 사태로 신뢰가 추락한 상황에서 낙하산 인사 논란까지 겹치며 KT 안팎의 피로감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내부에서 책임과 반성이 우선돼야 할 때, 외부의 힘에 기대 내려오는 인사들이 자리를 차지한다면 구조를 위한 낙하가 아니라 추락을 재촉하는 셈입니다.
 
조직은 위기 때일수록 바람의 방향을 읽을 줄 알아야 합니다. 낙하산이 안전하게 착지하려면 바람을 이용하듯, 기업도 내부 구성원의 신뢰를 바탕으로 서야 합니다. 하늘에서 내려온 낙하산보다 땅에서 땀 흘린 사람들이 존중받는 조직, 그게 진짜 안전한 착륙 아닐까요.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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