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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감축, 당위와 현실 사이
입력 : 2025-11-11 오후 3:08:32
정부가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최대 61%까지 줄이겠다고 하자, 철강·석화·정유업계가 난리가 났다. 
 
충남 당진에 위치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사진=현대제철)
 
물론 취지는 다들 안다. 친환경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방향이고, 결국 모두가 가야 할 길이라는 것도 부정하지 않는다. 문제는 ‘현재’다. 업황은 바닥이고, 실적은 곤두박질치고 있는데, 여기에다 탄소 감축을 위한 설비 투자까지 비용 부담이 한꺼번에 덮치고 있다. 
 
가장 타격이 큰 건 단연 철강이다. 철강은 국내 산업 가운데 탄소 배출 1위 업종이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와 기후넥서스에 따르면, 철강은 국내 온실가스 전체 중 약 17.8%를 차지한다. 탄소 배출권 구입 비용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철강업계의 궁극적인 목표인 친환경 ‘수소환원제철’로 가기 위해선 중간 단계로 고로(용광로)를 전기로로 바꿔야 하는데, 설비 교체에 들어가는 비용만 해도 천문학적이다. 그런데 어렵게 전기로로 바꾼다 해도 산업용 전기요금이 워낙 비싸 또 다른 천문학적 비용이 발생한다. 실제로 전기로만 사용하는 현대제철은 지난해 전기료로 약 1조원을 냈고, 올해는 1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업황 부진과 구조조정 압박 속에 일부 기업들은 이미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대제철과 롯데케미칼이다. 현대제철은 미국에, 롯데케미칼은 인도네시아에 진출했다. 산업계에서는 이른바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 등 국내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을 주로 지목하지만, 인건비와 전기요금 등 상대적으로 낮은 운영비용도 분명히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감축 목표 자체는 공감하지만, 한국만 유독 속도와 강도를 높이는 것 같다는 것이다. 주요 탄소 배출국인 중국과 미국이 온실가스 감축에는 거의 무관심한 상황이다. 오히려 관련 업계를 위해 전기요금을 낮추고 각종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역시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각종 세제 인센티브와 산업 지원책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누구도 탄소 감축의 필요성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산업의 체력이 이미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다. 친환경으로 가는 길에도 숨 고를 틈은 필요하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기업이 무너지면 탄소중립도, 지속가능성도 의미가 없다. 기업의 ‘가격 경쟁력’과 ‘친환경 전환 경쟁력’의 사이에서 정부가 ‘균형’을 잡아야 할 때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박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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