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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의 언니들
입력 : 2025-11-11 오후 1:46:46
고3 수능이 끝나고 친구와 동네 작은 공장에서 알바를 한 적이 있다. 그때는 갑자기 맞이하게 된 자유를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 생각을 하며... 회화학원도 다녀보고 구청 문화센터에서 오전8시에 요가도 배워보고 별짓을 다 했다. 내가 공장에서 알바를 한 건 학교 수업을 마치고 갔을 때니까 수능 끝난 직후였을 것이다. 수능이 끝난 학교 수업은 일찍 마쳤다. 나와 친구는 교복을 입고 공장으로 하교했다. 친구와는 다른 학교를 다니고 있었는데, 그친구가 먼저 도착해있곤 했다. 그곳은 경찰, 군에 납품하는 혁대, 무전기 꼽는 주머니 등 자잘한 소품을 만드는 곳이었다. 라이터도 무서워서 못 켜는 내가 라이터 켜는 법을 그곳에서 배웠다. 
 
기억은 잘 안 나지만 하루에 다섯시간 정도씩 일했던 것 같다. 그곳은 사람이 많지는 않았고, 체감 40평 정도의 공간에서 여러 아주머니들이 구역에 앉아 자기 작업을 했다. 공장은 어둡고 침침했으며 하루종일 라디오 방송이 나왔다. 며칠 안 가 라디오 방송도 지겹고 진저리가 났다. 프로그램 시간도 자연히 외우게 됐다.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친구와 나는 미숙련 노동자였으므로 라이터로 마감 부분을 지지거나 그정도의 간단한 일들만 했다. 거기에서 계속 일을 했던 중년 여성들은 미싱을 하거나 더 숙련된 일을 했다. 개중에는 동남아 사람으로 보이는 여성들도 있었다. 
 
마치는 시간은 7시 즈음이었다. 5초 정도 걸리는 작업을 몇 시간씩 반복하고 있으려니 시간도 안 가고 미칠 노릇이었다. 그래서 끝나는 시간이 한 시간 남았을 때부터는 친구에게 "야야 한 시간 남았다" "40분 남았다" "30분남았다" "25분 남았다" 하고 장난을 걸었다. 친구는 네가 그렇게 말하면 시간이 더 가지 않는다며 하지 말라고 짜증을 냈다. 그럼 난 그게 재밌어서 5분 단위로 남은 시간을 읊어줬다. 
 
돈은 주급으로 받았던 것 같다. 시급이 5000원이었나? 하여튼 그 당시 최저시급보다 500원 정도 더 받았다. 처음에 품삯을 주며 사장님은 동남아 여성들을 가르키며 그 언니들보다 우리가 더 많이 받고 있으니까 혹여나 얼마 받냐고 물어보면 절대로 솔직하게 말하지 말라고 일렀다. 그들은 우리보다 더 어려운 작업을 했고, 나보다도 더 오래전부터 일했으며 하루 노동시간도 나보다 더 길었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가끔 무언갈 물어보거나 대화할 일이 있으면 싱긋 웃기도 했던 것 같다. 우려와 달리 그들이 우리에게 시급을 얼마받냐고 물어보는 일은 없었다. 공장은 너무 지루해서 한달 정도만 일하고 그만뒀다. 종종 생각난다. 그 언니들은 잘 지내고 있을까? 
 
(사진=픽사베이)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신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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