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포션의 2023년작 '산나비'는 폭탄 테러로 딸을 잃은 퇴역 군인 금 준장의 복수극을 그린 플랫포머 게임입니다.
한쪽 팔에 달린 사슬낫으로 공격과 장애물 넘기를 하며 테러의 진상을 밝히는 구조인데요.
반복되는 기억 속의 딸 금마리는 주인공에게 늘 "끝까지 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야"라고 말합니다. 아빠는 끝까지 가야 하는데 말이죠.
주인공 금 준장의 기억 속에서, 딸 금마리는 끝까지 가는 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이미지=산나비 실행 화면)
무엇이든 끝까지 가야 옳다는 통념을 정면으로 뒤집는 이 선언은, 극 후반에 이으러 '눈물 버튼'으로 작용하는데요.
주인공 금 준장은 자기 운명을 마무리하며 중요한 건 끝까지 가는 일 자체가 아니라, 딸과 헤어지는 방법임을 깨닫습니다.
주인공의 비극적인 운명까진 아니어도, 인생의 곳곳에서 언제 폭탄이 터질지 모릅니다.
몇 안 되는 행복한 기억을 만들고 지키기 위해 분투하다 보면, 어느새 내가 누군가의 폭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인생은 끝없는 투쟁이라고들 하죠.
끝까지 가고픈 길이 예상치 못하게 막힐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땐 너무 슬프겠지만, 지금까지 그 길을 걸을 수 있게 도와주신 분, 불편함을 감수하고 희생해준 분들에 대한 감사함을 깊이 느끼게 됩니다.
이런 순간엔 지금껏 얼마나 많은 이해와 양보를 받았는지 돌이켜보게 됩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요 며칠 '끝까지 가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멈췄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 길을 걷는 '나'를 만들어준 모든 분에게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함께 걷는 사람을 돌아볼 줄 아는 사람이 되기. 나 혼자 끝까지 가기보다 언젠가 아름다운 마무리를 해내는 사람이 되기 위해 내일도 이 길을 걸어야겠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