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국제통화기금(IMF) 글로벌금융안정보고서(GFSR) '평온 아래 움직이는 지반: 금융시장 변화 속 안정성 도전 과제'에 따르면, 최근 국제적으로 자산 가격이 높게 유지되고 있고 주요국 국채시장에도 압력이 쌓이면서 금융 위험이 매우 높은 상태입니다. 이런 취약성은 최근 시장에서 시장조성자, 유동성 공급자, 중개자로 활동하는 비은행 금융기관의 성장으로 인해 더 증폭될 수 있습니다.
비은행은 자본시장 활동을 원활하게 하고 차입자에게 신용을 공급하는 데 기여하지만, 확장 과정에서 금융시스템 내 위험추구 성향과 상호연결성을 더 키우는 효과도 있습니다. 보험은 전담 감독체계가 있지만, 다른 비은행은 건전성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 정교해 규제 수준에서도 차이가 큽니다. 지금 비은행은 전 세계 금융자산의 약 절반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로존에서는 많은 은행의 비은행 익스포저가 은행의 핵심 자본(손실흡수능력)보다 큰 수준입니다. 각국 외환시장 역시 비은행 비중이 25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어 현재 일일 거래의 절반을 차지합니다.
비은행은 여러 경로를 통해 금융시스템으로 위험을 전파할 수 있습니다. 사모대출, 부동산, 암호자산 분야가 대표적이며 모두 정책당국의 주의가 필요합니다. 최근 IMF가 경고하고 있는 상품은 합성위험이전(Synthetic Risk Transfer·SRT)입니다. 은행은 특정 대출 포트폴리오를 쪼개, 손실을 먼저 부담하는 주니어 트랜치를 기초로 금융보증 또는 보험 성격의 유동화증권인 신용연계증권(CLN)을 만들어 외부 투자자에게 판매합니다.
이를 통해 은행은 대출 위험의 5~15%를 외부로 넘기고 자기자본 부담을 줄여 신규 대출이나 배당 여력을 확보합니다. 사모펀드·헤지펀드 등 비은행은 이 위험을 받아 높은 수익을 기대하고, 대신 손실이 발생하면 이를 먼저 떠안습니다. 즉 실제 대출을 넘기지 않아도 위험을 이전한 것으로 인정받아 해당 대출에 대해 쌓아야 하는 자기자본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SRT는 위험 헤지 수단인 동시에 강화된 자본비율 규제를 일정 부분 우회하는 효과가 있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이 구조는 2007년 미국 주택시장 붕괴를 촉발시킨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왑(CDS)을 떠올리게 합니다. 은행이 CDO처럼 여러 대출을 쪼개 모아 재포장해 팔고, CDS처럼 신용 위험만을 분리해 거래하는 방식이 동일합니다. 당시에도 "위험을 잘게 나눠 팔았으니 괜찮다"는 주장이 우세했지만, 실제 위기 상황에서는 오히려 위험을 증폭시키는 통로가 됐습니다.
이제 위험의 출발점은 은행이 아닐 수 있습니다. '코스피 5000' 구호나 엔비디아 등 인기 테마에 기대 단기 매매에 몰리기보다는, 기본적인 분산투자 원칙을 다시 점검해야 할 때입니다. "그때와는 다르다"는 말이 반복되는 순간일수록 시장은 오히려 당시와 가장 비슷한 구조 속으로 들어와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낡아 보이는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원칙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참고: IMF 블로그 "Growth of Nonbanks is Revealing New Financial Stability Risks"
10월30일 삼성전자 주가가 전 거래일 대비 3.58% 오른 10만41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