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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감사
입력 : 2025-11-07 오후 3:33:34
경주의 위상이 높아지는 건 좋지요. 근데 그게 경주 시민들에게 혜택으로 돌아오는 건 아니잖아요. 준비 기간부터 행사까지 손해와 불편은 다 경주 시민이 겪는데….” 
 
APEC 정상회의가 열린 경주 화백컨벤션센터 앞에 가림막이 쳐져 있는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지난달 28일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의 공식 부대행사 'APEC CEO 서밋' 취재차 경주를 찾았을 때 만난 택시기사의 말이다. 세계의 이목이 경주로 쏠려 있던 당시, 큰 행사를 치르게 된 경주 시민들의 자부심과 기대 등을 듣기 위해 건넨 질문이었지만, 돌아온 것은 이 같은 씁쓸한 대답이었다
 
이 택시기사는 하나의 일화도 소개했다. APEC 행사 준비 기간 각종 의전 준비 등 도로가 통제되는 상황이 빈번해 실제 불편을 겪었던 경험담이었다
 
도로 곳곳을 통제해서 10분이면 갈 거리가 40분 정도 걸리고 너무 불편했어요. 한번은 한 학생을 태우고 가는 길이었는데 곳곳을 통제해 도로를 우회할 수밖에 없었어요. 어린 학생이어서 택시비를 안 받겠다고 했지만, 학생 입장에서 얼마나 조마조마 했을까요?” 
 
실제로 취재를 위해 찾은 경주는 도로 곳곳을 통제하고 검문을 하는 등 경계태세를 유지했다. APEC CEO 서밋의 행사장은 경주 예술의전당으로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보문관광단지와는 거리가 좀 있어서 큰 불편을 겪지는 않았지만, 정상회의장인 경주 화백컨벤션센터 인근은 경주 시민보다 경찰이 많을 정도로 삼엄했다. 관광단지이지만 늦가을 정취를 느끼려는 관광객들의 발길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보문관광단지 내 한 편의점을 운영하는 사장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APEC 행사 특수요? 그런거 없어요. 보시면 알잖아요. 다 정부 관계자들이지. 도로를 통제해서 관광객도 없고 손님도 많이 줄었어요.” 
 
이번 APEC은 한미 정상회담에서의 관세 협상 최종 타결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한국과 AI 협력 발표 등 성공적인 개최로 끝을 맺었다. 모두가 성과에만 집중하고 있는 이때, 묵묵히 불편과 손해를 감내했던 경주 시민이 떠오른다. 큰 사고 없이 끝난 APEC의 성공에는 경주 시민들이 있었다. 시간이 다소 지났지만 이들에게 심심한 감사를 전해본다
배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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