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울면서 게임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PC방. (사진=뉴시스)
'과도한 게임 이용은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습니다. 이용하신 후 24시간이 지났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뜰 때면 어김없이 눈물이 났습니다.
눈꺼풀 속에는 기름샘이 있는데, 오랫동안 화면을 응시하면 깜빡임이 줄어들어 기름이 잘 배출되지 못하고 샘이 막힙니다. 기름이 오래 머물면 산화돼 '자극성 지방산'으로 변하죠.
이 물질이 조금이라도 눈물에 섞여 나오면 결막에 염증 반응을 유발하게 됩니다. 눈물이 폭포처럼 쏟아져 나오는 거죠. 사나이 자존심에 연신 팔로 훔쳐도, 멈출 생각이 없습니다.
눈물이 앞을 가려 도저히 게임을 계속할 수 없던 슬픈 이야기입니다. 늘 그렇듯 PC방 화장실로 피신해 한참 동안 동안 찬물로 눈을 씻어냈습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자리로 돌아와 조용히 앉았습니다.
그렇게 48시간을 채우곤 했습니다. 악취 나는 옷, 쌓여 있는 컵라면 용기, 음료수 캔, 과자 봉지. 스스로를 '쓰레기'로 여기기에는 충분했습니다.
버티고 버티다 도저히 안 돼서 PC방을 나오면, 한낮의 햇빛과 온전해 보이는 사람들 모습이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차도에 뛰어들고 싶었습니다.
그때는 미처 떠올리지 못했지만, 저는 '게임 중독'이 아니었습니다. '어떻게든 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절박함. 오히려 그 다짐이 게임에 대한 욕망을 부추겼습니다. 아담과 이브가 증명했듯, '금기'야말로 가장 강력한 유혹이었습니다.
단지 세상과 단절된 채, 오로지 한곳에 모든 감각을 쏟아붓고 버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도피처이자 버팀목이었죠.
이제는 더 이상 게임을 하지 않습니다. 제대로 하지 못할 바에 아예 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믿는 극단주의자에게 이미 삶은 아주 피곤하고, 게임 연구와 훈련에 쓸 시간은 남아 있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이제는 가상이 아닌 현실 세계에 남아 있어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그것을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의 저는 분명 '나'보다 그를 더 사랑했습니다. 이제는 그를 통해 나를 보고, 그를 통해 나를 사랑하는 나 자신을 발견합니다.
제 스타벅스 닉네임은 '이순신 조타수'입니다. 전생에 나라를 구한 주인공까지는 아니어도, 이순신 장군 곁을 지키던 '병졸 1'쯤은 됐을 겁니다. 그러니 이런 여자를 만나지.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