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베이글뮤지엄은 요즘 가장 인기 있는 베이커리 중 하나입니다. 사람들은 이곳의 빵을 먹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고, SNS에는 인증사진이 끊이지 않습니다. 브랜드는 하나의 문화가 되었고 소비는 경험으로 포장됐습니다. 그러나 그 화려한 줄의 반대편에서 누군가는 밥 한 끼 먹을 시간도 없이 일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7월, 인천점에서 근무하던 스물여섯 청년이 장시간 노동 끝에 숨졌습니다. 사망 전 일주일 동안 약 80시간을 일했고 전날에는 15시간 넘게 연속으로 근무를 하며 식사를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회사에는 출퇴근 기록조차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유족은 휴대전화 문자와 교통카드 내역을 모아 그의 노동시간을 '복원'해야 했습니다. 노동자가 죽고 나서야 비로소 노동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사회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비극적입니다.
이 죽음이 예외가 아님은 곧 확인됐습니다. 근로복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런던베이글뮤지엄에서는 최근 4년 동안 산업재해가 63건 발생했습니다. 인력 충원 없이 진행된 과중한 반죽 작업 끝에 늑골이 골절되고, 업무 피로 누적 상태에서 퇴근길 사고가 발생하며, 안전 점검 없이 작업하다 손가락을 다치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이는 개인의 실수나 불운이 아니라, 노동 강도가 구조적으로 비정상적이었다는 증거입니다.
여기에 지난 7월에는 퇴직금 체불 신고까지 접수돼 고용노동부가 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노동당국은 이미 장시간 노동 정황을 확인해 매장 7곳과 공장 3곳, 그리고 관련 계열사 전체로 근로감독을 확대했습니다. 한 명의 죽음에서 시작된 문제는 결국 이 브랜드의 운영 방식 전반이 노동자의 희생 위에 놓여 있었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저는 이 문제를 남의 일처럼 말하기 어렵습니다. 저 역시 아나운서로 일하던 시절 임금체불을 겪었습니다. 당시 회사는 화려했고, 화면 속의 저는 늘 밝게 웃고 있었지만 제 통장 잔고는 0원에 가까웠고 생활은 빚으로 이어졌습니다. 결국 저는 2년 동안 소송을 진행했고 1000만원이 넘는 체불 임금을 뒤늦게 돌려받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느낀 것은 단 하나였습니다.
열정은 약한 사람에게만 요구되고, 그 열정은 결코 나를 지켜주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런베뮤 사태는 특정 브랜드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의 수많은 청년이 "경험을 쌓아야 한다", "이 정도는 버텨야 한다"는 말 앞에서 자신의 몸과 시간을 갈아 넣고 있습니다. 그들의 노동은 '성장'이라 이름 붙여지고 그들의 고통은 '열정'으로 미화됩니다.
하지만 노동자의 몸으로 유지되는 성공은 성공이 아닙니다. 정부와 국회는 사망사고 하나만 들여다봐서는 안 됩니다. 근무 인력, 휴게 시간, 안전 관리, 임금 체계 등 노동 조건 전체를 전면적으로 점검해야 합니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책임을 지점과 개인에게 떠넘길 수 없습니다. 노동의 대가를 지급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입니다. 이 의무를 어기는 것은 기업 운영이 아니라 사회적 폭력입니다.
베이글은 계속 구워질 것입니다. 가게는 내일도 문을 열 것이고, 사람들은 여전히 줄을 설 것입니다. 그러나 사라진 한 사람의 삶은 돌아오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