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다. 단순 개인의 삶에 스며들었을 뿐만 아니라 산업 영역에서도 혁신을 일구고 있다. 한국도 ‘AI 3강’ 도약을 목표로 최근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장을 확보했다. 기존 보유량인 6만5000장보다 대폭 늘어난 수치다. 다만 현재 전력 인프라로는 GPU와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모량을 해결할 수 없어 ‘전력 인프라 확보’가 AI 3강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 위스콘신주에 위치한 마이크로소프트 데이터센터 데이터 홀 내부 배선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소비량은 지난해 415테라와트시(TWh)에서 2030년 945TWh로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에선 AI 데이터센터 한 곳을 운영하기 위해선 도시 한 개의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폭발적인 전력 수요에 대응하면서도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느냐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면서도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송전망 등 부실한 전력 인프라를 보강하는 게 급선무다.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늘어난다 해도 송전망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으면 전력은 낭비된다. 현재 한국은 전남과 경남 등 남부 지역에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대규모로 돌아가지만, 이를 수도권으로 보낼 송전망 인프라는 부족한 실정이다.
하지만 송전망 인프라를 구축하려 해도 주민 반대 등에 부딪혀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전력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된 송·변전 설비 54건 중 55%가 ‘지연 또는 지연 예상’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전력 소비가 수도권에서 이뤄지는 만큼, 데이터센터를 에너지 생산지로 옮기는 방안도 거론된다.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옮기는 과정은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AI 시대’와 ‘탄소중립’이라는 단어는 상충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두 개념의 융합이 필요한 이유다. 산업의 고도화로 전력 수요 증가를 막을 수 없다면 전력 효율을 높이고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정부가 추진 중인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 등 인프라 구축에 더 서둘러야 할 때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