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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월드컵
입력 : 2025-11-05 오전 10:40:42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일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 내 마련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국제미디어센터(IMC)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막을 내렸습니다. 세계 21개국 정상이 모인 이번 회의는 경제를 넘어 외교 무대의 시험대였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 한·중, 한·일 정상과 연쇄 회담을 가졌습니다. 이번 APEC 현장을 직접 다녀오면서 마치 월드컵을 보는 듯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전승을 거머쥐었을 때의 짜릿함마저 느껴졌습니다. 여야를 떠나 외교 정상화가 절실한 상황 속에서 모두가 정부를 응원한 한 주였습니다. 이번 APEC은 한국 외교를 살릴 '마지막 기회'였습니다. 정부도 APEC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피, 땀, 눈물까지 모두 쏟은 듯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한 신라 금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서 선물받은 샤오미 휴대폰의 이야기까지, 사소한 장면 하나하나가 외교 회복의 절실함을 보여준 대목입니다. 특히 이 대통령이 G2(미·중) 국가 중 한 곳인 중국 정상에게 "통신 보안은 잘 되느냐"고 농담을 건넨 장면도 화제가 됐습니다. 현장에서 사용된 목재 가구는 안동 산불 피해 목재로 만들어졌고, 시 주석에게 선물한 바둑판은 11년 전 선물했던 '바둑알'에 이은 상징적인 제스처였습니다. 한국과 중국이 외교의 끈을 이어나가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주변에서는 "APEC을 축구 국가대표팀 응원하듯 본 건 처음이다", "월드컵처럼 재밌었고 화끈했다", "메달이 걸린 경기처럼 조마조마했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이 대통령이 외교 현장에서 기죽지 않는 모습을 보며 "다시 봤다"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저는 솔직히 헛발질만 하지 않길, 자책골만 넣지 않길 바랐습니다. APEC이 진행될수록 그런 우려는 조금씩 사라졌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한·미, 한·중 정상회담이었습니다. APEC 주간에 미국과 중국 정상 모두가 국빈 방문으로 한국을 찾은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미·중 정상이 모두 국빈 방문할 수 있도록 절묘하게 명분을 만들었습니다. 미국은 APEC 개최 이전 방문국 중 '으뜸'으로, 중국은 APEC 참가국 중 '으뜸'으로 예우한 겁니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양측을 모두 만족시키려는 외교적 묘수가 돋보였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월드컵 추가 시간이 끝나가던 그 순간, 한국 국가대표가 극장골을 넣은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촉박한 시간 속 정부와 관계자들이 빌드업을 통해 만들어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차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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