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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론의 선순환
입력 : 2025-11-04 오전 10:04:38
지난 2023년 2월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03회 국회(임시회) 4차 본회의에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장혜영 정의당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60억 지구에서 널 만난 건 럭키(행운)야'. 이른바 '숫자쏭'으로 익혔던 전 세계 60억 인구는 어느덧 2023년 약 80억명을 넘어섰습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다변화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실제 대한민국에서도 인구 다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가족 형태도 달라지고 있고, 대한민국은 단일 민족이라는 말도 이제는 옛말이 됐습니다. 결국 우리 사회도 다양한 변화를 받아들여야 할 때라는 겁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정당등록현황'을 보면 총 49개의 정당이 등록돼 있습니다. 물론 제대로 된 정당 활동을 하는지 의문인 곳도 있지만,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되고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다양한 목소리가 표출되는 현재 사회에서, '숙론'은 필요조건에 해당합니다. 진화생물학자인 최재천 교수의 『숙론』에는 "누가 옳은가가 아니라 무엇이 옳은가를 찾으려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숙론이라는 것이 일상적으로 이어지기에는 쉽지 않습니다. 현재 사회 구조 속에서 각자의 의견은 댓글이라는 형태 혹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이뤄집니다. 하지만 각각의 커뮤니티는 편향적 성향을 가지고 있어, 숙론으로 이어질 수 없습니다. 이들은 '나의 옳음'만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치가 우리 사회에 필요합니다. 각자의 의견을 대변하는 대표자로서, 다른 의견을 대표하는 대표자와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우리 사회에는 '정치 불신'이 만연합니다. 
 
하지만 지난 3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의 '새벽배송 금지' 토론은 오랜만에 찾아온 숙론의 과정이었습니다. 새벽배송 금지의 옳고 그름을 이야기하지는 않겠습니다. 두 사람의 토론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우리 사회에 '과로'로 인한 사망이 더 이상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점, 쿠팡의 노동 실태 등은 숙론의 과정에서 도출한 결과물입니다. 
 
12·3 비상계엄 이후 우리 정치권에는 숙론의 과정이 사라졌습니다. 이제 그들은 한쪽이 망하면 '승리자'가 될 것이라는 자아도취에 빠져 있습니다. '나의 옳음'을 강요하는 정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토론이 가지는 상징성이 크다고 봅니다. 이제는 정치권이 혐오의 시대를 벗어나, 토론해서 서로를 이해하고 옳은 방향성을 찾아가는 새 시대로 거듭나야 합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한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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