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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 거지' 공포
입력 : 2025-11-03 오후 11:13:24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결혼 적령기의 나이를 지나고 있는 필자는 최근 일주일에 한 번꼴로 지인의 청첩장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이때 빠지지 않는 대화 주제는 '집'입니다. 결혼 준비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어디선가 "집은?"이라는 물음이 툭 튀어나옵니다. 
 
그 뒤에는 "자가야? 전세야?"라는 질문이 자연스레 뒤따릅니다. 필자가 근래에 만난 한 지인은 결혼을 결심하고 결혼식장이 아닌 아파트부터 보러 다녔다고 합니다. 문재인정부 당시 아파트 매매를 원했으나 가파른 집값 상승세를 보고 포기한 것이 두고두고 후회로 남았다며, 결혼을 계기로 주택 매수에 나서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결국 올 상반기 간신히 10억원에 가까운 서울 역세권 아파트 매수에 성공했습니다. 그 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 수도권 아파트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니 시기가 적절했다는 것이 그 지인의 설명입니다. 
 
반면 옆에서 이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다른 친구는 불안을 호소했습니다. 천천히 집을 살펴볼 요량에 주택 매수를 미뤄왔는데, 서울 내 '내 집 마련' 기회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푸념입니다.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에 매물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실제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동향을 보면 올해 1월 보합세를 보였던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은 등락을 반복하며 상승률을 키웠고, 지난달 둘째 주 0.54%를 기록했습니다. 다만 10·15 부동산 대책 영향으로 최근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0.23%로 둔화됐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규제책만으로 집값이 잡히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28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던 문재인정부에서 학습한 결과입니다. 
 
여기에 더해 글로벌 통화량 증가와 정부의 확장재정 정책 등으로 자산 가치가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는 집값 상승 여지가 커짐을 의미합니다. 문재인정부 시절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대응을 위해 세계 각국이 양적완화 기조를 취했던 때가 떠오르는 대목입니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의 주택 공급 부족은 향후 집값 상승 압력을 높이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소득은 그대로임에도 자산 가격 상승으로 '벼락 거지'가 되는 공포가 몰려오는 이유입니다. 결혼식장보다 부동산을 먼저 찾는 세대의 현실은 그 불안의 깊이를 보여주는 상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김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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