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전기차 전환에 열을 올리고 있다. 테슬라의 성공 이후 거의 모든 완성차 브랜드가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각국 정부는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시점을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완성차업계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은 전기차를 적극 출시하면서도, 동시에 수소차 기술 개발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29일 '재팬 모빌리티쇼 2025'에서 취재진과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이 현대차 '디 올 뉴 넥쏘'를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시스)
배터리 전기차는 분명 내연기관차보다 친환경적이다. 하지만 완벽한 해답은 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한계가 명확해지고 있다. 리튬, 코발트, 니켈 등 희토류 채굴은 심각한 환경 파괴를 동반한다. 전기차가 늘어날수록 이러한 채굴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며, 2030년대에는 원자재 공급 부족 사태까지 예상된다. 배터리의 수명은 약 8~10년으로, 2030년대부터는 대량의 폐배터리가 쏟아질 전망이다. 재활용 기술이 발전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경제성이 낮고 완전한 재활용은 불가능하다. 수백 킬로그램에 달하는 폐배터리는 새로운 환경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
반면 수소차는 배터리 전기차의 근본적 한계를 뛰어넘는다. 수소차는 물만 배출한다. 배터리 생산 과정의 환경 파괴도, 폐배터리 문제도 없다. 수소 연료전지 스택은 배터리보다 훨씬 가볍고, 백금 등 촉매 금속은 거의 100% 회수 가능하다. 수소 충전은 3~5분이면 완료되며, 현대차 넥쏘는 한 번 충전으로 600km 이상을 주행한다.
수소차는 느리게 가고 있지만, 멈춘 것이 아니다. 완성차 브랜드들은 지금 전기차로 승부를 걸고 있지만, 미래는 수소차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 빠른 충전, 긴 주행거리, 폐기물 제로, 그리고 무엇보다 재생에너지와 연계된 에너지 생태계의 핵심 매체라는 점에서 수소는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지닌다.
지금 당장 수소차를 사기는 어렵다. 하지만 10년, 20년 후를 내다본다면, 우리가 타고 있을 차는 전기차가 아니라 수소차일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이 수소차 기술 개발의 끈을 놓지 않는 이유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