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DL이앤씨는 지난 9월 초와 10월 중순 두 차례에 걸쳐 본사 직원 120명을 안전감시단으로 발령했습니다. 입사한 지 3년도 안 된 신입사원부터 정년이 5년도 남지 않은 부장까지 파견 대상도 다양합니다. 특히 안전감시단 120명 중 12명은 대기발령 상태였습니다. 이들은 회사로부터 퇴직 압박을 받던 노동자들입니다. 안전감시단 발령과 함께 권고사직이나 휴직 등을 제안받은 노동자도 있지만, 구체적인 수치는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안전감시단 파견 인원 선정 기준에 대해 "팀별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팀별로 상황에 따라 다르다"며 "예를 들면 한 분야는 업무 부담이 많은데, 어떤 분야는 조금 여유가 있으면 여유 인력을 보내는 식이다. 팀 상황에 따라 인력 계획에 맞춰 (안전감시단을) 선정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회사가 본사 직원을 안전감시단으로 발령하면서 내건 명분은 중대재해 예방입니다. 올해 8월8일 DL그룹 계열사인 DL건설의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는 50대 노동자가 6층 높이에서 추락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재명정부 들어 '산업재해와의 전쟁'을 강조되자 DL이앤씨도 안전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직원들은 회사의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지 못하는 모양새입니다. DL이앤씨 직원 A씨는 "현장에 나와 본 적 없는 본사에서 일하던 관리직들도 이틀간 교육을 받고, 현장에 나온 상황"이라며 "회사는 현장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는 게 (안전감시단 발령의) 목적이라고 하는데, 그러면 안전에 대해서 아는 사람들을 배치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 (안전감시단으로 발령시킨 후) 직원들 퇴사를 유도해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A씨는 또 "하루 종일 서서 작업을 감시하고, 높은 곳에 올라가는데 안전벨트를 매지 않는다든가 위험작업을 하면 지적하는 일을 하는데, 사실상 인간 폐쇄회로TV(CCTV)나 다름이 없다"며 "본사에서 책상에만 앉아 일하던 사람 입장에서는 자신이 하던 일과 다른 단순노동을 하면 어떤 심정이겠느냐. 이들에게는 경력단절이나 마찬가지"라고 했습니다.
또 다른 DL이앤씨 직원은 "부장, 차장, 대리, 심지어 사원 몇몇도 안전감시단에 배정된 걸로 안다"며 "문과대를 졸업하고, 관리 직종에 있던 분들도 (안전감시단에) 포함됐다. 직무 연결성이 전혀 없고 '바디캠'을 달고 현장에서 안전감시를 계속하는 업무"라고 설명했습니다.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서도 DL이앤씨 직원들의 우려가 감지됩니다. 블라인드엔 DL이앤씨 직원이 이 회사 소속임을 인증하고 익명으로 글을 남길 수 있는 게시판이 있습니다. 해당 게시판엔 "내 아래라고 생각한 사람이 하나둘 권고사직, 안전패트롤로 나가다 보니 이제 내 순서가 곧 올 것 같다는 직감이 든다", "추석 끝나고 안전패트롤 발령을 받았는데 커리어를 생각하면 퇴사해야 하나 싶네요"라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현재는 1, 2차로 발령된 안전감시단 중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인사위원회로 보내 징계할 수 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