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내가 총살을 당하는 한이 있어도 싹 다 쓸어버리겠다."
파블로크 '쇼크 클락3'. (사진=뉴스토마토)
내란 수괴가 '바이든 날리면'으로 곤혹을 치루던 당시, 대통령 관저에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들 불러놓고 했다는 말입니다. 총살당할 용기도 없으면서.
12월2일 <KBS>에서 방영되는 '계엄 1년' 다큐멘터리에 인터뷰하고 왔습니다. 인터뷰를 하는데도 믿기지 않더군요. 벌써 1년이라는 사실이.
지난해 12월3일 이후 국민의힘 회의장에 들어가면 구토감을 느꼈습니다. 의원님들 말씀이 얼마나 같잖던지. 받아 적어야 하는데, 도저히 못 하겠더군요. 그래서 국회를 떠났습니다.
덕분에 서울에서 정부세종청사까지 출퇴근만 4시간. 노이로제 유발하는 휴대전화 알림에, 이동하면서 제대로 쉬지도 못합니다.
장거리만큼은 자신있었는데, 무색하게 됐습니다. 깜빡 졸면 서울-오송역 지나 어느새 익산역.
퇴근 후 오송역으로 향하는 버스에서 눈을 떠보니, 불은 꺼져 있고 문은 잠겨 있습니다. 119 부를 수는 없어서 운전석 창문으로 뛰어내렸습니다.
불면증은 나날이 심해져 처방받은 항불안제는 말을 듣지 않고, 고통에 몸부림치다 겨우 곯아떨어지는 일의 반복. 어떤 알람도 전혀 듣지를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전기충격기를 샀습니다. 충격 대상은 '나 자신'.
이반 파블로프의 이름을 딴 '파블록'이라는 브랜드의 전기충격 알람 시계입니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깜짝 놀라 한쪽 팔을 들어 올립니다.
개가 된 느낌에 조금 비참하긴 하지만, 일어나서 돈 벌어야죠.
인터뷰에서 '어떤 기자가 되고 싶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기자 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스스로 변화를 추동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로 갈음했습니다.
그 설명이 현재 내가 어떤 기자이고, 기자를 계속한다면 어떤 기자가 될지에 대해서 조금은 답이 됐으리라 봅니다.
올해 12월은 크리스마스보다 12·3으로 기억될 듯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대한민국이 처음 쿠데타를 막아낸 날'로서.
내란 수괴가 대한민국에 기여한 점은 단 한 가지,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갖게 해줬다는 것입니다.
여전히 국회는 어지럽고 앞으로도 마찬가지겠지만, 희망을 품어볼 만합니다. 시민들과 함께라면 말이죠.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