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 사는 분, 손을 들어보라."
국감장에서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의 말에 증인석 뒤편에서 손들이 줄지어 올라갔습니다. 그 장면은 정책보다 더 솔직했습니다. "공정"을 말하던 사람들이 스스로의 손으로 그 말을 지우는 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천 의원에 따르면 정부 고위 경제관료 17명 가운데 12명이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을 보유하고 있었고 이 중 7명은 강남 3구, 4명은 다주택자였습니다. '실수요 중심의 시장질서'를 강조하던 이들이 정작 그 시장의 중심에서 시세를 누리고 있던 셈입니다. 집값은 잡지 못했지만 내로남불의 시세만은 연일 고점을 경신하고 있습니다.
최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역시 비슷한 논란에 섰습니다. 금융권의 부동산 쏠림을 경계하라던 금감원장이 정작 강남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하고 있었던 사실이 드러난 것입니다. 논란이 확산되자 이 원장은 "한두 달 내 정리하겠다"고 했지만 매도 대신 자녀에게 양도하겠다고 밝혀 '아빠 찬스'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이후 입장을 바꿔 처분하겠다고 했지만 처음 내놓은 매물의 호가가 시세보다 4억원 높게 책정돼 또 한 번 도마에 올랐습니다. 결국 가격을 18억원대로 낮춘 뒤 급매로 거래됐습니다. 공직자의 손끝에서 공정이 아니라 시세가 먼저 움직인 셈입니다.
이 장면들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닙니다. 이 시대의 불평등은 제도의 실패가 아니라 태도의 실패에서 비롯됩니다. 말로는 개혁을 외치면서 행동으로는 예외를 택하고 그 예외를 합리화하는 기술이 세련돼질수록 불평등은 더 단단해집니다.
공정은 시스템이 아니라 양심의 문제입니다. 그 양심이 선택적으로 작동할 때 내로남불은 일상이 됩니다. 우리는 정치에서만 그 장면을 보지 않습니다. 공공의 영역에서도 사회 곳곳에서도 공익을 말하면서도 자기 편의는 놓지 않는 모습이 반복됩니다. 그건 단순한 위선이 아니라 습관이 된 권력의 자세입니다.
이제 불평등은 실력이 아니라 위치에서 내로남불은 아래가 아닌 위에서 시작되는 사회가 됐습니다. 공정을 말하는 입이 많을수록 진짜 공정은 멀어집니다. 결국 세상을 불공평하게 만드는 건 권력이 아니라 자기 예외를 당연하게 여기는 태도입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서울 강남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한 다주택자 논란과 관련해 "주택 1채를 부동산에 내놓았다"며 "공직자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