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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우세' 아이오와에서 '트럼프 정책' 큰 타격"
(황방열의 한반도 나침반), 관세·이민·에너지 정책 반발 짚어
입력 : 2025-10-31 오전 6:00:00
미국 중서부 아이오와(Iowa)주는 2000년대 초반까지 민주당과 공화당이 번갈아 승리하던 전형적인 경합주(swing state)였다. 2004년 대선 때는 아들 부시(공화당)가 승리했고, 2008년과 2012년에는 오바마(민주당)가 이겼다. 
 
그런데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을 9.4%포인트 차이로 압도하면서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다. 조 바이든이 당선된 2020년 대선도 아이오와에서는 트럼프가 8.2%포인트 차이로 크게 이겼고, 트럼프가 대통령직에 복귀한 2024년 대선 때는 13.2%포인트 차이로 카멀라 해리스에 대승했다. 
 
뉴욕타임스 누리집의 '트럼프 친화적인 아이오와에서 대통령의 정책은 큰 타격을 입었다' 기사 화면. (사진=뉴욕타임스)
 
아이오와는 대두·옥수수 농사와 축산업이 발달했다. 미국 중서부의 대표적인 농업지대를 일컫는 '콘벨트'(Corn Belt)에서도 중심부로 통하는데, 트럼프의 농민 보조금 정책과 중국과의 무역 재협상 공약이 높은 호응을 얻었다. 교회·가족 중심 공동체가 강하고, 이민·낙태·총기 문제에서 보수적 입장이 강해, 민주당은 디모인과 아이오와시티 같은 대도시에 기반이 있을 뿐, 약 320만명 인구의 다수는 농촌 지역에 거주한다. 현재 주 상·하원과 주지사도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확실한 '레드 스테이트'(Red State)로 분류된다. 
 
미국 대표 신문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6일 자에 '트럼프 친화적인 아이오와에서 대통령의 정책은 큰 타격을 입었다'(In Trump-Friendly Iowa, the President's Policies Have Hit Hard)는 기사를 실었다. "아이오와가 트럼프 대통령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는데, 이제 그의 무역·에너지·이민 정책이 농부들을 압박하고, 노동력을 마비시키며, 산업을 위협하고 있다"는 부제를 붙였다. 
 
구체적으로 보자. 가장 문제는 관세정책. 트럼프는 지난 4월 초 '상호 관세'라는 이름 아래 거의 모든 수입품에 대해 10% 기본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1, 2, 3위 수입국인 멕시코, 중국, 캐나다는 물론 유럽연합(EU)과 일본, 한국 등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 관세 부과 여파로, 아이오와가 미국 전체 두 번째 생산지인 대두 수출에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 대두는 미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단일 품목으로는 가장 큰 규모로, 작년에만 중국 수출액이 126억달러(약 17조9000억원)에 달했다. 미국 대두 수출량의 52%였다. 하지만 중국은 트럼프의 관세에 맞서 수입량 전부를 중단하고 대신 아르헨티나, 브라질로 수입처를 바꿨다. 불과 1년 만에 대중국 대두 수출이 제로가 된 것이다. 
 
126억달러 규모 대중 대두 수출1년 만에 제로
 
결국 트럼프는 일본과 한국에 대두 수입을 요청해야만 했다. 이에 따라 이미 대두 소비량의 70%를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일본의 다카이치 내각은 27일 트럼프의 방일 선물로 수입 확대 가능성 검토에 나서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아이오와 대두협회장은 <NYT>에 "제가 본 것 중 가장 어려운 상황"이라며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불확실성이 크다"고 호소하는 상황이 됐다. (중국은 한국 경주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산 대두 18만(t)을 수입하겠다고 밝히기는 했다.)
 
트럼프가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라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에게 '구제 금융'을 해준 것도 아이오와 주민들을 격분하게 만들었다. 밀레이의 '중간선거' 승리를 지원하기 위해 트럼프는 밀레이 정부의 승리를 조건으로 최대 400억달러(57조2680억원) 규모의 지원 패키지를 제안한 것이다. 한 농민은 "(중국에 대한 대두 수출) 경쟁사에 보조금을 주는 건가요, 아니면 우리한테 보조금을 주는 건가요?"라고 울분을 터트렸다. 
 
아이오와 경제의 핵심 중 하나인 쇠고기 산업에도 '아르헨티나 변수'가 나타났다. 트럼프가 아르헨티나산 소고기 수입을 늘려 가격을 낮추는 대신, 관세로 모은 돈의 일부를 구제금으로 축산업자들에게 나눠주겠다고 한 것이다. 농부들은 이를 환영하지 않는다. "정부의 지원금이 대규모 농업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대기업이 주도해 온 농업 산업에서 더욱 통합을 촉진할 것"이라는 우려다. 아이오와 경제의 17%를 차지하는 제조업도 알루미늄과 철강 등 원자재에 대한 고관세로 생산비용이 상승하면서 농업 필수품인 트랙터 등 농기구 가격이 대폭 올랐고 비료 가격도 급등했다. 
 
지난 5월 관세 협상에 나선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부총리. (사진=뉴시스)
 
트럼프 이민정책으로 식품제조업 고용 대폭 감소
 
다음은 이민자 정책 문제. 난민 유입 규모가 미국 내 13위(2023년 기준)였던 아이오와였으나, 현재는 그렇지 않다. 당장 식품제조업 고용이 대폭 감소하면서 노동력 부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아이오와를 미국 최대의 돼지고기 생산지로 만든 육류 가공 공장의 수십만 외국인 노동자들 합법적 지위를 박탈당하고 출국을 강요받고 있다. 오톰와의 한 육류가공 공장은 아이티, 쿠바,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출신 노동자 200여명이 한꺼번에 해고당했다. 아직까지 아이오와는 민세관단속국(ICE)이 직장 단속을 실시한 적은 없지만, 중남미 출신 노동자들이 즐겨 찾는 식료품점과 정육점들의 매출이 3개월 동안 2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가 프로젝트 예산을 삭감하고 세액공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분야도 불확실성에 빠져 있다. 대표적으로 아이오와 전력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는 풍력 산업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기사는 종합적으로 2025년 1분기 동안 아이오와주의 지역총생산(GRDP)이 1.2% 감소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내년 중간선거는 아이오와 주민들이 이러한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줄 수 있다"고 했다. 
 
캔자스, 네브래스카, 사우스다코타, 노스다코타, 미주리도 아이오와 같은 콘벨트 지역이고 트럼프 지지세가 강력한데, 이들의 경제 상황도 아이오와 비슷하다. 
 
이들은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어떤 선택을 할까. 200년 넘게 계속된 미국 중간선거 역사상 집권당이 승리한 건 다섯 번뿐이었다. 
 
황방열 통일외교 전문위원 bangyeoulhwang@gmail.com
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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