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며 추위를 호소하는 사례가 늘어난 가운데, 패션업계가 나름 표정관리에 돌입한 모습입니다. 겨울 의류를 찾는 수요층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죠.
실제로 30일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의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 9월 10일부터 10월 9일까지 한 달간 '겨울'이 포함된 키워드 검색은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겨울 상의'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52% 늘었고, '겨울옷'도 15%가량 많이 검색됐습니다.
특히 겨울용 대표 외투인 '경량 패딩' 검색량은 2.5배가량(142%), 거래액은 2배 이상(110%) 상승했습니다. 모자가 달려 있어 실용성과 디자인을 동시에 갖춘 '후드 경량 패딩' 키워드는 11배 이상(1045%) 검색이 늘었고, 거래액 증가율은 9.2배(820%)로 높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또 같은 기간 모자 또는 집업 겉감 전체가 퍼 소재로 디자인된 '퍼 후드집업' 검색량은 202% 증가했으며, '퍼 재킷'도 25% 많이 검색됐습니다. 신발도 예외는 아니었는데요. 패딩 소재로 제작된 '패딩 슈즈' 검색량은 25%가량 상승했습니다.
매출도 증가하는 추세로 나타났는데요. 지난 8~15일 패션 플랫폼 W컨셉의 외투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0% 증가했습니다. 품목별로 보면 퍼 매출이 130% 신장했고, 재킷과 점퍼, 패딩 매출은 각각 65%, 60%, 35% 늘었습니다.
사실 이 같은 현상은 이상기후 지속과도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올여름도 폭염 및 폭우가 이어지며 매우 무더운 날씨가 지속된 바 있는데요.
불과 추석 연휴가 끼어있던 이달 초까지만 해도 거리 곳곳에서 반팔을 입은 시민들을 보기란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후 연이은 비 소식이 들리며 그야말로 날씨가 급반전하자, 소비자들의 체감 온도가 더욱 낮아진 점이 겨울철 의류 매출 신장에 한몫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같은 추세는 유통업계 입장에서도 반가울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의류라 해도 재킷, 코트, 스웨터 등 겨울 의류는 티셔츠, 피케셔츠, 반바지 등 여름 의류 대비 기본 가격대가 높기 마련입니다. 게다가 장갑, 머플러, 모자 등 겨울 의류와 함께 동반되는 액세서리들의 단가 역시 낮지 않죠.
이상기후 여파로 패션업계에 모처럼 화색이 돌 수 있다는 점이 참으로 흥미로운데요. 한편으로는 이 같은 현상이 앞으로 뉴노멀이 될 가능성 역시 높아진 만큼, 앞으로 이에 대응하는 패션업계의 중장기 마케팅 방안을 주시하는 것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듯합니다.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한 시민이 패딩 모자를 뒤집어쓴 채 출근길에 나서는 모습.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