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의 우주항공·방산 전시회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5’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번 전시는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무인화가 앞으로 K-방산이 가야 할 방향임을 분명히 보여줬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0일 ADEX 2025 전시회에서 SNT그룹 부스를 방문해 K2전차 4차 양산 적용 예정인 국산 파워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SNT다이내믹스)
이번 행사의 핵심은 우주항공·무인체계 등 첨단 방산 기술을 중심으로 한 미래 전략이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오히려 K9 자주포였다. 한화는 세계 최초의 유·무인 복합 자주포 ‘K9A3’ 로드맵을 공개하며 K9의 완전 무인화 비전을 제시했다. K9A2가 포탑 자동화를 통해 운용 인력을 5명에서 3명으로 줄였다면, K9A3는 ‘완전 무인화’로 AI 기술을 적용해 사격지휘차 한 대로 최대 3문까지 자율 기동이 가능하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K9 자주포가 무인으로까지 지휘가 가능하다면 전장에서 실질적인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다만 이러한 기술 개발 속도가 빠른 것에는 ‘웃픈’ 현실도 있다. 한 관계자는 “인구 감소로 운용 인력이 줄고 있어 무인화가 불가피하다”며 “인구가 많았다면 이런 개발 속도도 지금보단 느렸을 것”이라고 했다.
올해 ADEX 2025 현장은 해외 군 관계자들의 발길로 더욱 뜨겁게 느껴졌다. 외국 장성과 군 관계자들이 줄지어 전시장을 둘러봤고, 한국이 주력으로 내세운 장비 앞에서는 수십 분씩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특히 인도와 동남아, 남미 등 신흥국 관계자들의 관심이 두드러졌으며, 외국 방송사·유튜버·대학생들까지 몰려들어 전시장 곳곳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 열기는 수출 상담으로도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ADEX 2025 운영본부에 따르면 총 35개국, 600개 업체가 참여해 약 449억달러(64조원) 규모의 수출 상담이 진행됐다. 2023년 대비 52.7% 증가한 수치다. 앞서 ADEX 2023에서 체결·협의된 수출 규모는 294억달러(약 47조8000억원)다. 전시 관람객은 26만3000명, 직전 행사보다 19.5% 늘었다.
이번 ADEX 2025 현장을 직접 둘러보니, K-방산의 미래는 ‘일단’ 밝아 보였다. 다만 현장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하나같이 정부의 지속적 지원과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방산산업은 국가 전략 사업의 성격이 강하고, 민관 협력 없이는 수출과 산업 확장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수출 호조가 일시적 ‘붐’으로 그치지 않으려면, 기술 혁신과 정부 지원, 민관 협력 체계 강화, 안정적인 수출 인프라 구축이 함께 가야 한다. ADEX 2025에서 확인된 K-방산의 높은 관심과 가능성이 정책적 기반 위에서 실질적 성장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진정한 도약이 가능할 것이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