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론자, 우시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위탁생산(CDO)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습니다.
한국바이오협회가 미국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 등을 인용해 발표한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CMO 시장 현황 및 전망' 보고서를 보면, 스위스에 자리한 론자의 지난해 바이오의약품 시장 점유율은 19~21%였습니다. 우시가 7~10%로 뒤를 이었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7~9%로 3위를 찍었습니다.
바이오의약품 CMO 규모를 보면 론자가 42억달러로 압도적이었고, 이어 중국 우시가 18억달러를 기록했습니다. 3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CMO 규모는 우시에 2억 뒤처진 16억달러로 조사됐습니다.
수치를 보면 알겠지만 우시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차이는 근소합니다. 시장 점유율은 약 1%포인트 차이였고, CMO 규모 격차도 2억달러에 그칩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청사진이 현실화하면 우시와의 거리 좁히기도 먼 일은 아닐 듯합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항체-약물 접합체(ADC) 공장뿐 아니라 1~4공장을 가동 중입니다. 1~4공장은 풀가동 상태이며, 5공장도 지난 4월 가동을 시작해 전체 생산능력은 78만4000L로 상향 조정됐습니다. 향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제2바이오캠퍼스에 3개 공장을 추가하면 생산능력은 오는 2032년께 132만4000L까지 올라갑니다.
전 세계 CMO 기업 중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세 손가락 안에 들었다는 낭보가 전해진 날 또 다른 바이오기업인 웰바이오텍은 전 대표이사가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 위기에 몰리면서 낯뜨거운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구속 기로에 놓인 인물은 구세현 전 웰바이오텍 대표입니다. 김건희 특검팀은 어제 자본시장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증거은닉 및 범인도피 혐의로 구 전 대표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실제 사업 추진 역량과 의지가 없는 웰바이오텍이 우크라이나 재건주로 분류돼 주가가 급등할 2023년 5월께 전환사채를 발행한 뒤 매각해 수백억원의 시세차익을 봤다는 게 의혹의 핵심입니다.
피혁원단 가공 및 피혁제품 제조, 판매업체로 시작한 웰바이오텍은 2023년까지 사업보고서에 제약바이오 사업부를 판매조직으로 뒀으나 작년 반기보고서부터 해당 사업부의 흔적을 지웠습니다.
웰바이오텍의 제약바이오 사업은 자회사인 나이스팜을 통해 이뤄졌습니다. 대부분의 매출이 건강기능식품 등 비교적 연구개발 난도가 높지 않은 곳에서 발생했을 겁니다. 이름에 '바이오'가 들어가긴 하지만 실상은 무늬만 바이오기업인 셈입니다. 물론 많은 바이오기업들이 건강기능식품을 주요 매출원으로 두고 있긴 합니다. 자본력이 세지 않은 바이오기업이 평균 10년 이상 걸리는 신약개발 기간을 버티려면 당장 돈을 벌어올 제품군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삼성바이오로직의 글로벌 3위 등극과 간판만 바이오기업인 웰바이오텍 전 대표의 구속 갈림길이 같은 날 세상에 알려진 건 한국 바이오 시장이 가진 두 얼굴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바이오산업은 성공 가능성이 희박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대표격으로 불립니다. 그래서인지 한국 바이오산업계는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많은 만큼 사기꾼이 많은 곳이기도 합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힙니다. 2011년 설립 당시 직원 50여명으로 시작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제약바이오업계 최초로 임직원 5000명 기업 타이틀을 얻었습니다. 이제는 임상시험수탁(CRO) 분야 진출까지 노리면서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중입니다.
반면 웰바이오텍은 특정 세력이 주가를 조작해 자기들 지갑만 불리는 데 활용된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특히나 정권과 관련됐을 것으로 추정됐을 정도이니 악의성만 놓고 보면 견줄만한 곳이 없을 겁니다.
사기꾼과 주가조작 세력이 판치는 한국 바이오산업, 언제까지 봐야 할까요.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