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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조건, '다양성'
입력 : 2025-10-27 오전 10:41:23
대통령실 전속 수어통역사가 8월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강유정 대변인의 한미 정상회담 개최 관련 브리핑에 대해 수어 통역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생명의 그물망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모든 생명이 연결돼 있다는 말인데 자연과학적 언어이기도, 철학적 언어이기도 합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모든 생명은 서로 의존하면서 연결돼 있다는 겁니다. 그물망이라는 것 자체가 실들이 교차해서 엮여 있는 상태를 뜻하는데, 자연 속에서 생명체들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는 거죠. 
 
나무는 햇빛과 물, 토양의 영양분이 없으면 자랄 수 없습니다. 다시 나무는 산소를 내뿜어 동물과 인간이 숨 쉴 수 있도록 하고, 동물의 배설물은 다시 토양의 영양분이 됩니다. 
 
결국 자연계 내에서 이 그물망이 촘촘하게 작동해야 자연 현상 혹은 외부 영향으로부터 저항할 수 있는 힘을 갖습니다. 그리고 그 그물망은 생명의 다양성에서 옵니다. 
 
하지만 2025년, 지금의 지구는 다양성의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이는 인류의 위기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다양성의 위기는 무차별적 발전 논리에서 왔습니다. 산업화로 인한 '탄소중립'을 외치지만 선언에 불과해 보입니다. 
 
사실 기후위기를 이야기하고자 함은 아닙니다. 다양성의 위기가 우리 사회의 위기로 다가올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지난 8월, 대통령실은 역대 정부 들어 처음으로 언론 브리핑 생중계에 수어 통역을 지원했습니다. 이는 청각·언어 장애인들의 정보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입니다. 
 
얼마 전 대통령실 수어통역사를 만난 일이 있습니다. 우리에겐 단순히 '역대 정부 첫 수어 통역'이라는 타이틀이 다가왔지만, 그들에게는 '소통 창구'였습니다. 대통령실 내부에 농인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창구가 생겼다는 겁니다.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알지 못하는, 그들의 목소리가 지금도 대통령실에 전달되고 있습니다. 
 
정부 운영에 있어, 또 국회 운영에 있어 다양성은 성공의 조건입니다. 국회의원 다수가 현재도 법조인 출신입니다. 우리 사회의 중요한 그물망이 여전히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다수가 비슷한 배경과 직업,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로 채워져 있다면 우리 사회의 생태계를 촘촘하게 만들 수 없습니다. 얼마 전 부동산 정책 실무자인 국토교통부 1차관이 '실언'으로 사퇴했습니다. 자신은 '갭투자'를 했지만, 수요 억제책을 내놓은 영향이 컸습니다. 사실 국민들의 마음에는 부동산을 바라보는 진짜 서민의 시각이 필요했던 겁니다. 정부 부처 내에도, 국회에도 다양성이 반영될 필요가 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한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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