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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화 구조조정, 균형 찾아야 할 때
입력 : 2025-10-24 오후 4:51:28
“자율 구조조정 기조 속에 업계는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현장 고용 충격을 완화하고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신속하게 전환하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LG화학 여수 나프타분해시설(NCC). (사진=LG화학)
 
석유화학 구조조정을 두고 업계 관계자가 내놓은 하소연이다. 정부와 석유화학업계는 지난 8월20일, 연말까지 사업 재편 자구 계획을 제출하기로 합의했다. 정부는 국내 전체 NCC(나프타분해설비) 용량 1470만톤(t) 가운데 18~25%에 해당하는 270만~370만t을 기업들이 자율 감축하라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조정은 중국발 공급 과잉과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가 맞물린 결과다. 이에 따라 NCC 가동률은 2021년 93.1%→2022년 81.7%→2023년 74.0%→2024년 70%대로 하락했다. 
 
업계는 자율 협상 원칙 아래 감축안을 조율 중이다. 여천NCC와 롯데케미칼, LG화학, GS칼텍스, 한화솔루션 등 여수산단 입주사를 포함한 10개사는 이달 말까지 자구안을 제출할 방침이다. 다만 자율 구조조정의 특성상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누가 먼저 감축안을 내놓느냐’를 둘러싼 눈치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전문가는 자율 구조조정이 정착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과도기적 진통이라고 진단한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우리 기업들은 정부 주도 구조조정에 익숙해 있어 현 정부의 자율 기조에 당혹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정부 주도 구조조정은 당장 달콤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후유증이 훨씬 크기 때문에 업계가 자율 조정 방식에 적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일본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1980년대 초 일본 석유화학 산업은 무분별한 설비, 비용 급등, 중국산 수입품 공세로 벼랑 끝에 몰렸다. 이에 일본 정부는 NCC 폐쇄를 명령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그 결과 설비 가동률이 상승하고 생산성이 회복되는 성과를 거뒀지만, 많은 중소기업이 시장에서 퇴출되며 시장 자율성이 훼손되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이후 2~3차 석화 구조조정에서 일본은 과거의 쓴 실패를 딛고, 시장 주도와 정부 지원을 결합한 방식으로 고부가가치 중심의 산업 구조로 전환했다. 
 
결국 핵심은 신속한 대응과 시장 원칙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속도를 감축하기 위해 과도한 정부의 개입은 지양되어야 하지만, 업계의 우려처럼 공급 과잉을 일으킨 중국이 정부 주도로 고부가가치 산업 전환을 빠르게 추진한다면, 국내 기업 경쟁력은 약화될 수 있는 만큼 적기 대응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기업도 구조조정에 뜻을 함께하는 만큼 적극적 자율 협상에 나서야 한다. 이후 감축안이 마련된다면 세제 감면과 규제 완화, 금융·보증 지원 등 실질적이고 강력한 지원책을 마련해 시장이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박혜정 기자 sunright@etomato.com
박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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