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이경이 자신을 독일인 여성이라 주장한 A씨의 폭로 때문에 사생활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그런데 의심하던 분위기가 하루 만에 뒤집혔습니다. A씨가 "사진과 영상은 AI로 조작된 것이었다"고 입장을 번복했기 때문입니다.
연예계는 사실 확인보다 속도가 우선되는 공간입니다. 단 하루의 의혹만으로도 일단 이미지에 타격을 받으면 쉽사리 회복되지 않습니다. 정치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 감정 섞인 루머 하나로도 여론은 순식간에 요동칩니다. 이번 사건은 AI 조작이 얼마나 손쉽게 사람의 평판과 커리어를 무너뜨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AI 기반 영상·음성 조작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가짜 뉴스'는 더 정교하고 탐지하기 어려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마련 중인 AI기본법 하위법령에는 '워터마크를 인간이 아닌 기계가 식별할 수 있으면 된다'는 수준의 규정만 포함된 상태입니다.
법은 생겼지만 실제 피해를 막기에는 아직 턱없이 부족한 수준인 셈입니다. 이를 두고 최민희 과방위 위원장조차 이번 국정감사에서 AI 조작물 식별 기준이 사람이 대상이 돼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했습니다.
이미 수많은 사람이 AI가 만든 이미지나 음성을 '진짜'로 믿고 분노하거나 조롱하는 데 익숙해졌습니다. 이처럼 기술보다 빠르게 확산되는 것은 조작된 정보가 아니라 '확인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결국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위험을 알면서도 태만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입니다. 법을 만드는 입안자도, 정보를 접하는 개인도 좀더 부지런해져야 할 때입니다.
배우 이이경이 자신을 독일인 여성이라 주장한 A씨의 거짓말로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