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 정보가 게시되어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의 초강수 부동산 대책이 시장에 던진 것은 안정이 아니라 혼란이었습니다. 10월15일 발표된 대책은 집값 상승을 막겠다는 목표와 달리, 오히려 막판 매수세를 부추기고 전월세 시장을 패닉 상태로 몰아넣었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정책 입안자들의 '내로남불' 행태가 드러나며 정부 신뢰마저 바닥을 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15 대책 발표 전후 일주일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50% 급등했습니다. 성동구(1.25%), 광진구(1.29%), 강동구(1.12%) 등은 2013년 주간 통계 집계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대책 발표 당일 양천구 래미안목동아델리체는 15억5000만원에 계약되며 종전 최고가를 1억3000만원 경신했고, 분당 서현동 시범한양은 19억80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더 큰 문제는 전월세 시장입니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4759건으로 1년 전(3만889건)보다 19.8%가 줄었습니다. 강동구 77%, 광진구 50%, 관악구 49%가 감소했습니다. 6·27 대출 규제 이후 10·15 대책에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따른 2년 실거주 의무 부여, 수도권 1주택자의 전세대출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포함돼 전세 거래가 더욱 위축됐습니다. 전세가 부족해지면서 월세는 크게 뛰었습니다. 서울 아파트 월세통합가격지수는 9월 101.51로 2015년 집계 이후 이미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마포구 공덕더샵 84㎡는 보증금 4억원에 월세 300만원에 거래됐죠.
오세훈 서울시장은 국정감사에서 "서울 시민이 공황에 빠졌다"며 "협의다운 협의가 없었다"고 정부를 비판했습니다. 강남 3구를 포함한 15개 자치구청장들도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철회를 촉구했습니다. 규제의 풍선효과도 뚜렷합니다. 호가가 1억원까지 급등했고, 비규제지역과 비아파트 시장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습니다.
핵심 입안자들의 부동산 거래 논란도 정책 신뢰를 무너뜨렸는데요. 이상경 국토부 차관은 배우자가 전세를 끼고 다른 주택을 매입하는 '갭투자'를 한 것으로 드러났고,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구윤철 기재부 장관도 강남권 재건축 투자로 수십억 원의 시세차익을 거뒀습니다.
10·15 대책은 단기적으로 매매를 위축시킬 수는 있어도, 근본적인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무주택 실수요자와 세입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고 있습니다. 강남은 여전히 꿈쩍하지 않는데, 서민들만 전월세 지옥에 빠져 있습니다. 정부는 수요 억제 일변도의 단기 처방 대신 공급 확대라는 본질적 해법에 집중해야 합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