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10시. 이날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가 시작될 예정이었습니다. '우주항공청'과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대상으로 한 자리였고 최민희 과방위 위원장도 이날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이 걸린 주요 사업"이라며 이번 국감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는데요.
그러나 그날 국회는 주요 현안보다 감정이 먼저 폭발했습니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과 김우영 민주당 의원의 설전 때문인데요. 앞선 14일 국감에서 공개된 서로를 향한 비난 문자들이 공개된 건에 대한 감정 다툼이 이날 국감에서도 이어진 것입니다. '찌질한 놈', '한심한 XX' 같은 단어들이 반복적으로 언급되면서 국감은 점점 '감정감사'로 변해갔는데요.
이날 우주청, 원안위 측 증인과 참고인들은 서류를 꼭 쥐며 눈치를 보는 일 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결국 국감 시작 30분도 채 되지 않아 정회가 선언되고, 오후에도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자 최 위원장은 비공개 회의를 선언하면서 회의장 문이 닫혔습니다.
그러나 의원들의 고성과 욕설은 문틈을 비집고 새어 나왔는데요. 국감에 참석한 기자들도, 증인들도, 공무원들도 그 문틈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문 안쪽에서는 욕설이, 문 바깥에서는 체념이 흘렀습니다.
이후 국감은 오후 4시 반, 예정된 시간보다 6시간 이상이 흐른 뒤에야 재개됐습니다. 의원들과 위원장은 국감이 늦어진 것에 대해 공식 사과하며 참고인들이 최대한 빠르게 귀가할 수 있도록 질의 순서를 조정하는 등의 배려가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정돈된 분위기 속에 누리호, 재사용 발사체, 원전 안전 문제 등 주요 현안이 논의됐지만, 그 어떤 것보다 그날 기억에 남은 건 문틈에서 새어 나온 욕설 뿐이었습니다. 광활한 우주산업을 논해야 할 국회가, 정작 가장 작은 공간도 지키지 못한 채 반나절을 흘려보냈기 때문인데요.
닫힌 문은 욕설을 막지 못했고, 그날의 회의장은 현안을 담기에는 너무 좁았습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의 비공개 회의 전환 선언 이후 꺼진 국회 중계 모니터. (사진=뉴스토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