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사태는 단순한 해외 범죄 사건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단면도 적나라하게 비추고 있습니다. '고수익 알바'라는 달콤한 유혹에 끌려 해외로 향했던 청년들이 낯선 땅에서 감금과 폭행, 인신매매의 희생양이 된 현실은 더 이상 먼 이웃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난 5년간 캄보디아에서 변사자로 발견된 한국인이 82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현지에서는 여권을 빼앗기고 강제 또는 자발적으로 일에 내몰린 젊은이들의 절규가 이어졌고, 20대 대학생의 고문 사망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비극의 배후에는 중국계 범죄조직이 운영하는 '범죄 복합단지'가 존재합니다. 미국과 영국은 이미 초국가적 범죄 네트워크에 자산 동결과 제재로 맞섰지만, 우리의 대응은 한발 늦은 감이 있습니다. 납치 신고가 폭증하는 동안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제때 인식하지 못했고, 결국 여론이 들끓은 뒤에야 움직였습니다. 뒤늦은 '사후약방문식 조치'는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렸습니다.
20일(현지시간) 프놈펜 턱틀라사원 공공 화장시설에서 범죄조직에 납치돼 피살당한 한국인 대학생 박모 씨의 공동부검이 끝난 뒤 관계자들이 화장시설로 관을 옮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이 사태의 본질은 단순히 정부의 늑장 대응만이 아닙니다. 일부 청년들이 왜 이런 위험한 선택을 했는지, 그 근본적인 이유는 국내의 구조적 고용 불안도 있습니다. 국내 청년 고용률은 16년만에 최장기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으며 반도체·플랫폼 산업 중심의 경제 구조 속에서 양질의 일자리는 점점 줄고 있습니다. 구직을 포기하고 '쉬었음'으로 분류된 청년이 50만명을 넘어선 현실에서, '월 1000만원'이라는 문구는 탈출구처럼 보였을 것입니다.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일시적인 지원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기회'입니다. 지역 기반의 일자리를 확충하고, 고용과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성실하게 일하면 생존할 수 있는 사회, 더 이상 '고수익 일자리'라는 위험한 유혹에 기대지 않아도 되는 사회 말입니다. 이런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제2의 캄보디아 사태와 같은 비극은 또다시 반복될 것이며 해외의 또 다른 범죄단지에서 한국 청년이 희생양이 되는 일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이와 동시에, 청년들의 절박함과 동남아 중국계 범죄조직의 위협이 맞물린 지금, 정부의 '중국인 무비자 입국 정책'은 또 다른 불안을 낳고 있습니다. 관광 활성화가 경제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지만, 최근 국가 전산망 마비 사태에서 드러난 취약성을 고려하면 범죄 유입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한 경제 논리는 결국 모래 위에 세운 성일 뿐입니다. 청년의 생존과 국가의 안전, 그 어떤 경제효과보다 우선돼야 할 가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