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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에 갇힌 청년 수도
입력 : 2025-10-20 오전 10:04:48
"안녕하세요? 설문 조사 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저희가 심리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이미지=챗GPT 생성)
 
지난 19일 밤, 갑자기 강풍이 불어 닥치며 전날보다 기온이 뚝 떨어졌지만 행인을 붙잡는 이들은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2인 1조로 된 팀들은 신림역 주변에 흩어져 역을 향하거나 역에서 나오는 이들에게 끊임없이 접근했습니다. 이례적인 풍경이 아니기에 대다수 행인들은 가던 걸음을 재촉하곤 하는데 19일에는 모든 팀 당 한 사람씩 붙잡는 데 성공하더군요.
 
지나가다 이들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습니다. 일단 말 붙이기에 성공한 이들의 얼굴에는 옅은 희열감이 깔려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눈빛을 주고받으며 다급한 마음을 애써 숨기고 차근차근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이따금씩 다급함과 절실함이 새어 나왔지만 설명을 듣던 이가 자리를 뜨지 않도록 살얼음 위를 걷듯 조심스럽게 접근했습니다. 행인들에게 접근하는 이들은 십중팔구 사이비 종교 전도인입니다. 
 
이번에는 그들의 물음에 응답한 이의 표정을 관찰했습니다. 어딘가 어리숙한 모습들이었습니다. 사람이 말을 걸기에 그저 답변했을 뿐인데 난처한 상황에 놓여 쩔쩔매는 이가 있는가 하면, 전도인들의 말에 조금씩 젖어들기 시작하는 이도 있었습니다. 후자에 속하는 이는 사는 곳, 나이, 취미 등 전도인들의 물음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시원하게 답을 뽑아냈습니다. 어쩐지 외로워 보이는 이는 자신에게 건네는 관심과 질문에 친절함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관악구는 청년 인구 비중이 전국에서 가장 높아 '대한민국 청년 수도'라고 불립니다. 청년 인구 대다수는 1인 가구이기도 합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들을 타깃으로 한 청년 정책, 1인 가구 정책을 쏟아냅니다. 특히 고립 청년, 청년 우울 등 위기 청년들을 관리하기 위해 애를 쓰는데요. 그래서 상담, 활동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마련하고 있습니다. 청년들이 혼자서 생활하다 보면 경제적, 정서적으로 위기에 놓이기 쉽기 때문입니다. 
 
지자체가 애써 이들을 돌보려 하지만 이들을 더욱 쉽게 유혹하는 것은 전도인들입니다. 늘 가던 길에서 마주하는 전도인들은 외로운 청년들의 마음을 쉽게 파고 듭니다. 청년들이 취미를 갖기 위해 가입한 모임에도 전도인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같은 공통분모를 갖고 만난 이들은 더욱 위험합니다. 걸러내기도 쉽지 않습니다. 대책이 필요한데요. 지자체는 청년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할 때 피해자들은 물론, 사이비 종교에 빠진 전도인들과 이들의 전도 활동 전반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점검해야겠습니다. 
 
변소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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