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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와 가해의 도미노
입력 : 2025-10-17 오후 5:09:33
스마트폰 보급 초창기인 2010년 전후, '김미영 팀장'이라는 이름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김미영 팀장입니다. 고객님께서는 최저 이율로 최고 3000만원까지 30분 내 통장 입금 가능합니다"라는 문자를 기억하는 사람도 많을 겁니다. '김 팀장'이 보이스피싱 조직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해당 문자에 장난스러운 답장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시절의 보이스피싱은 어딘가 순진하고 귀여운 수준이었습니다. 
 
의외로 남성이었던 김미영 팀장 조직의 총책이 2021년 검거됐지만, 보이스피싱은 사라지기는커녕 더 교묘하게 진화했습니다. 최근에는 캄보디아로 출국했다 숨진 한국인 젊은이들이 이러한 범죄 조직과 연관된 것으로 알려지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7일 캄보디아 국경 인근 베트남 모처에서 숨진 채 발견된 30대 여성은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유흥업소 납치' 사건의 모집책으로 드러났습니다. 
 
한국에서는 캄보디아를 비난하는 여론이 커지고 있지만, 현지에서는 오히려 한국 정부를 향한 유감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캄보디아 한국관광가이드협회는 "한국 정부가 범죄와 관광을 구분하지 않는 것은 유감"이라며, 자국 역시 이러한 범죄의 피해자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사건의 근본 배경은 중국의 카지노 단속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반부패를 내세워 카지노 산업을 강력히 규제하자, 본토에서 밀려난 중국 범죄 조직들이 동남아로 이동했습니다. 이들의 검은돈은 훈센 총리가 장기집권 중인 캄보디아의 부패한 권력과 맞물리며 거대한 지하경제를 형성했습니다. 훈센 일가는 그 자금으로 정치적 기반을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5년 전 코로나 팬데믹으로 관광객이 끊기자 카지노 기반의 수익 구조는 붕괴했습니다. 범죄 조직들은 새로운 돈벌이로 온라인 범죄를 택했고, 호텔과 리조트가 '범죄 단지'로 변했습니다. 그곳에서는 로맨스 스캠, 스미싱, 보이스 피싱 등이 조직적으로 운영됐습니다. 
 
이들 조직에 끌려든 피해자 대부분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20~30대 청년들이었습니다. 취업난과 생활고 속에서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넘어가 범죄 조직에 종속되었고, 일부는 또 다른 피해자를 속이는 가해자가 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히 한 나라의 범죄가 아니라, 국제 정치와 경제가 얽힌 구조적 문제를 드러냅니다. 시진핑의 반부패 드라이브, 훈센의 독재 권력 유지, 그리고 청년층의 생존 위기가 서로 맞물려 ‘범죄의 도미노’를 만든 것입니다. 여러 나라 국민이 모두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된 이 현실은 혐오와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사건을 단순한 분노로 소비하기보다, 그 이면의 구조를 봐야 합니다. 고문 사진이나 자극적 영상으로 범죄의 잔혹함만 강조하는 보도는 문제 해결이 아니라 또 다른 피해를 낳습니다. 캄보디아를 단순히 위험한 나라로 낙인찍는 대신, 국제 외교와 범죄의 복잡한 연결을 이해하려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젊은이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사회가 함께 돌아봐야 합니다. 극단의 선택과 유혹 사이에 놓인 청년들을 단순히 무책임한 개인으로 몰기보다, 그들을 벼랑 끝으로 내몬 구조적 불평등과 불안정한 일자리 현실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분노와 혐오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성찰입니다. 
 
법무부는 캄보디아 취업사기 피해 방지를 위해 17일부터 인천공항 출국 단계에서 경고 문구와 안내문을 제공하기로 했다. (사진=뉴시스)
이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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