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國政監査). 나라의 정치를 살피고 조사한다는 뜻입니다. 이 중 '본다'라는 뜻의 '監(감)'은 물이 담긴 그릇에 비친 자신을 들여다보는 모습을 나타낸 한자입니다. 날카롭게 바라봐야 정확히 조사할 수 있기에 '감'을 잘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서 국회는 국감이 시작되기 한 달 전부터 불이 꺼지지 않습니다. 2025년 국감의 조사 대상 기관은 총 813곳. 이 많은 기관의 1년을 들여다보려면 한 달이 부족할 지경입니다. 보좌진과 의원들은 10월 국감을 위해 수많은 자료를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봅니다.
다만 남을 너무 본 나머지 정작 자신을 들여다보진 못했나 봅니다. 지난 14일부터 오늘(16일)까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는 싸움터 그 자체였습니다. 16일 비공개 회의에선 2004년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대사에나 나올 법한 '옥상으로 따라와라', '한주먹 거리도 안 된다'와 같은 말들이 흘러나왔습니다.
국감 현장을 보여주는 사진에는 '노려보는', '험악해진'이라는 단어가 붙었습니다. 삿대질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것은 기본입니다.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 고함치는 의원, 그런 의원의 웃옷을 잡으며 말리는 또 다른 의원. 역할도 다양합니다.
김우영 민주당 의원과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으로부터 시작된 다툼에 이날 과방위는 오전에 단 40분만 진행된 후 정회했습니다. 오후 2시 이후에 속개했지만 20여분 만에 비공개로 전환됐습니다. 국감 개회는 10시였지만, 소동은 저녁 5시가 다 돼서야 끝났습니다. 1년의 국정을 돌아볼 소중한 7시간이 날아간 겁니다.
국정, 즉 나라 정치는 정부만 하는 게 아닙니다. 국회도 합니다. 그런 국회를 바라보는 건 국민입니다. 흔히 말하는 '국회의원으로서의 품격'을 보여주세요. 813개의 기관을 감사하기엔 한 달이 너무 짧으니까요.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김우영 민주당 의원이 지난 1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신경전이 붙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