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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잔 밑에서 찾은 세이브 파일
입력 : 2025-10-16 오후 4:30:52
게임을 하다 보면 지혜를 발휘해야 하는 순간이 가끔 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난감한 때는 퍼즐이나 보스 파훼법이 아닌, 게임 자체를 즐길 방도가 없는 순간입니다. 
 
저는 휴대용 콘솔인 PS 비타(Vita)로 '드래곤 퀘스트 히어로즈 Ⅱ: 쌍둥이 왕과 예언의 끝'을 꽤 오래 방치했습니다. 처음엔 드래곤 퀘스트 IP로 즐기는 무쌍(여러 적을 한꺼번에 쓸어내는) 게임이라는 점에 매력을 느껴 한동안 집중했는데요.
 
PS 비타판 '드래곤 퀘스트 히어로즈 Ⅱ: 쌍둥이 왕과 예언의 끝'. (사진=이범종 기자)
 
지도 끝에서 반대편 모서리를 오가며 왕의 목숨도 지켜야 하는 '대협곡 전투'를 하다 보니 작은 화면으로 즐기는 휴대용 게임기의 한계가 느껴지더군요.
 
특히 무쌍류 게임은 넓은 화면을 보며 널찍한 컨트롤러를 거침없이 두드려야 한다는 확신에 이르렀습니다. 다른 비타 게임도 집에서 편하게 즐기고 싶었고요. 그래서 PS 비타 게임을 TV로 즐길 수 있는 'PS 비타 TV'를 구매했죠.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 계정을 연결하면 PS 비타로 즐기던 게임의 진행 상황을 비타 TV로 옮길 수 있습니다. 그 반대도 물론 가능합니다. 그 덕에 '페르소나 4 더 골든'과 '슈퍼로봇대전' 시리즈, '로보틱스 노츠 엘리트' 등을 집에서 좀 더 편히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분명 드퀘 히어로즈 Ⅱ 게임카드 상자엔 'PS 비타 TV 대응'이라고 적혀있는데요. 막상 온라인에서 세이브 파일을 내려받으려고 하면 호환 불가 안내가 뜨는 겁니다. 비타 TV에서 이 게임을 새로 시작하든가, 아니면 그냥 비타로 끝까지 하는 수밖에 없다는 거죠.
 
PS 비타 메모리 카드. 기존 64GB 카드를 비타 TV에 꽂은 뒤 비타 TV의 32GB 카드를 비타에 넣었다. (사진=이범종 기자)
 
이렇게 드퀘에 손대지 않은 채 일 년 정도가 지났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메모리 카드를 바꾸면 되지 않을까?' 즉시 두 기기에 꽂혀있는 메모리 카드를 교환했습니다. 처음엔 각 기기에서 오류 화면이 뜨며 재기동돼 불안했는데요. 지금은 비타 TV로 드퀘 히어로즈 Ⅱ를 무사히 즐기고 있습니다. 실시간 동기화에 익숙하다 보니 처음부터 메모리 카드 교환할 생각을 안 했던 겁니다. 등잔 밑이 어두웠죠. 
 
데이터가 알아서 움직이는 시대에 이런 일을 겪으니, 오랜만에 디스켓으로 게임 세이브 파일을 옮기던 시절이 떠올라 미소 지었습니다. 등잔 밑에서 찾은 세이브 파일은 먼 훗날 또 다른 추억으로 남을 겁니다.
 
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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