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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가의 품격
입력 : 2025-10-16 오후 3:39:47
김병주 MBK사모펀드 회장이 14일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참석해 신문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개입할 권한이 없다."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홈플러스 사태와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질문에 반복한 말입니다. 이를 들은 한 의원은 "말할 가치가 없습니다"며  냉소했습니다. 짧은 대화 속에서 자산가의 투자가 사회에 미친 악영항을 전혀 감당하지 않겠다는 선언처럼 들려섭니다. 
 
의원들은 국감장에서 한국 사모펀드 구조의 민낯을 논하며, 기업을 인수해 수익만 챙기고 회생에는 무관심한 구조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김 회장의 '회피 언어'는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기업 경영에는 자신이 손댈 수 없다는, 그럴듯한 법적 논리를 내세웠습니다. 투자자이자 소유주로서 영향력을 행사해온 사람이 '권한이 없다'는 말로 선을 그은 셈입니다. 이는 한국 자산가들의 태도가 숫자 놀음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방증했습니다. 
 
실제 숫자로 한번 보겠습니다. MBK가 인수한 홈플러스는 불과 몇 년 만에 경영난에 직면했고, 폐점 이후에는 1만명이 넘는 노동자와 1800여개 납품업체의 생존권이 벼랑 끝으로 몰리게 됩니다. 김 회장은 홈플러스 사태 해결을 위해 총 5000억원의 보증 및 사재 출연을 하겠다고 했지만, 의원들은 이 역시 실현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김 회장은 홈플러스 사태에 고개를 숙이며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지만 당연히 무게감은 전혀 없었습니다. 수 조원대 자산을 운용하고 수많은 기업의 흥망에 영향을 미치는 김 회장이 권한이 없다면, 누가 그것을 관여하는지 모를 노릇입니다. 
 
현장에서는 실소가 터졌고, 분노한 의원들은 김 회장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가 필요하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미국 국적의 김 회장이 대한민국의 경제 질서를 해치는 행동을 일삼고 있는 점을 겨냥한 발언입니다. 부는 사회적 권력이며, 권력에는 언제나 책임이 따르는 법입니다. 자신이 가진 힘의 무게를 아는 품격이 필요한 때입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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