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매년 우려가 나와도,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성적이 좋았잖아요.”
아이폰17 출시를 앞두고 업계 한 인사는 이같이 말했다. 인공지능(AI) 기능 부재, 이전과 달라진 디자인 등 아이폰 신제품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애플이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고, 막연한 믿음에 기인한 그의 주장은 사실이 됐다.
지난 7월 서울 마포구 삼성스토어 홍대에 갤럭시 Z 폴드7이 진열돼 있다. (사진=뉴시스)
출시 이후 한 달여가 지난 지금, 아이폰17은 순항 중이다. 갤럭시 강세로 꼽히던 동남아시아에서도 품절 현상을 빚는 등 판매 호조가 이어지고 있다. ‘흠집이 잘 난다’는 식의 지적이 나왔음에도 결과적으로는 선방하고 있다.
신민수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제품의 기능이 전작보다 향상됐고, 아이폰 경험이 높은 고객들이 여전하다”며 “이제는 ‘어느 브랜드를 선호하나’가 중요해지는 것이고, 소비자들은 한 번 경험한 것에 익숙해지면 벗어나기 힘들다”고 했다. 애플의 생태계에 적응한 고객들이 어지간해서는 애플을 떠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신 교수는 삼성전자 역시 ‘충성고객’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인공지능(AI)을 도입한 스마트폰과 빼어난 성능의 신제품으로 고객 만족도를 높였지만, 계속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작전으로는 한계에 봉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신제품에 대한 만족감이 낮으면 언제든지 이탈할 수 있다.
삼성도 이를 의식하고 제품 홍보 전략에 변화를 주고 있다. 스마트폰을 홍보하기 위해 최근 히트작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콜라보를 하는 등 특정 세대만 사용하는 스마트폰이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덕분에 최근의 갤럭시는 ‘아재폰’이라는 이미지를 어느 정도 탈피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아직은 부족한 상황이다. 최근 삼성은 잇따른 신제품 출시로 호의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지만, ‘갤럭시 생태계’에 머물러야 할 명확한 이유를 제시하진 못했기 때문이다.
갤럭시 생태계의 가치는 내년이 되어야 더 명확해질 듯싶다. 올해 첫 확장현실(XR) 헤드셋인 ‘프로젝트 무한’을 출시하고, 내년엔 증강현실(AR) 기반의 스마트 글래스를 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갤럭시를 통해 볼 수 있는 증강현실의 세상이라면 소비자들도 갤럭시에 머무를 이유가 되지 않을까.
마침 애플도 내년에 대대적 변화를 준비 중이다. 처음으로 폴더블폰을 선보일 예정이며, 올해 보여주지 못한 AI 성능 개선 여부도 주목된다. 경쟁사가 대대적인 변화를 준비하는 만큼, 삼성전자 역시 보다 단단한 ‘갤럭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할 시점이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