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시집살이' 중입니다. 결혼한 적 없는데, 시어머니가 있어요. 기껏 끓여줬더니 "국이 짜다"며 불평합니다.
웹툰 '호랭총각'의 한 장면. (사진=네이버웹툰)
세상에는 세 종류의 시어머니가 있습니다. 본인이 겪었던 부조리를 끊어내거나, 답습하거나, 묵인 혹은 방조하는 사람이죠. 대부분은 뒤의 두 가지 유형에 속합니다. 편하니까요.
좋은 시어머니를 본 적 없으니, 좋은 시어머니가 되는 법도 모릅니다.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은 세계를 스스로 만들어가야 하며 겪어야 하는 시행착오. 그 끝에 우스운 사람이 되느니, 차라리 찍어 누르는 쪽이 안전합니다.
그래서 경험했던 불합리를 오히려 '표준'으로 삼고 "너도 나처럼 부당함을 겪어야만 한다"고 우기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왜곡된 기억 속에 "넌 왜 나처럼 못 하느냐"고 따집니다. 마치 최고의 며느리였던 것처럼요.
증명해줄 사람은 사라지고 없으니, 높으신 분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하지만 머지않아 깨닫게 되죠. 그를 만족시키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저는 최고의 며느리가 아니니까요.
하늘을 찌르는 당당함에 가끔은 정말로 궁금해집니다. 당신은 정말 '최고의 며느리'였을까, 하고요. 그런데 내 눈앞의 당신은, 왜 그리도 초라해 보이는지.
노인에게는 '내'가 맞춰야 합니다. 변하지 않는 존재이니까요. 그 사실을 인정하면 됩니다. 화는 결국 상대를 바꾸고 싶어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죠. 받아들이면, 평안이 옵니다.
하라고 하면 "알겠습니다" 하고 해보고, 그다음에 "안 되네요" 하면 됩니다. 내일 시댁에 오라 하면 "네" 하고 이튿날 전화해서 "바빠서 못 갑니다" 하면 됩니다.
결국 시어머니는 제 마음이 만들어낸 존재입니다. 그는 내 안에 살죠. 실재할지라도, 그를 존재하게 하는 것은 나의 인식입니다.
시어머님을 보내드려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시집살이할 여유 따위 없으니.
"네, 알겠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