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또다시 감기에 걸렸습니다. 한두 달 사이 두 번째 찾아온 감기입니다. 매번 감기에 걸리면 습관처럼 집에 사둔 코로나 자가진단 키트를 한 번씩 사용하곤 했습니다.
코로나 시기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자가진단 키트 세트를 사뒀습니다. 당시에 100개나 되는 키트를 보고 '이걸 언제 다 쓰나' 싶었는데 몇 년이 지나 이번 감기를 계기로 마지막 키트를 사용했습니다. 100개나 되는 키트를 사용했지만 코로나가 유행하던 시절 양성 반응을 딱 한 번 보고 그 뒤로는 매번 음성 결과만 보게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코로나 자가진단 검사도 감기 걸리면 한번 해보자는 식으로 사용해왔습니다. 그렇게 3년여 시간 만에 드디어 100개의 키트를 모두 사용한 겁니다.
문득 긴 시간 동안 일상 속에 자리했던 코로나의 흔적이 이렇게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코로나의 위험도 희미해졌고, 마스크 쓰지 않는 얼굴도 익숙해졌고, 거리두기라는 단어도 일상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에겐 이제 코로나의 상처가 많이 옅어졌습니다.
하지만 도시의 한편 서울시청 맞은 편엔 여전히 코로나의 상흔을 간직한 이들이 있습니다. 코로나 백신 피해자 분향소를 지키는 이들입니다. 지나가는 이들에겐 잊힌 풍경이지만 그곳에 머무는 사람들에겐 아직 끝나지 않은 시간입니다.
누군가는 단순히 지나간 감기처럼 잊힌 재난이지만 누군가에겐 여전히 삶의 한가운데 남은 상흔입니다. 사회 전체의 기억은 희미해졌으나 개인의 상흔은 쉽게 사라지지 않다는 걸 되돌아봅니다.
서울시청 맞은편에 자리 잡고 있는 코로나백신희생자 합동분향소. (사진=뉴스토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