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보험사들이 국정감사(국감) 직전 의원실과의 합의를 통해 최고경영자(CEO) 출석을 피하는 사례가 매년 반복되면서 '면피성 합의'가 관행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올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감에는 이문화 삼성화재 대표, 정종표 DB손해보험 대표, 이석현 현대해상 대표,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 구본욱 KB손해보험 대표, 나채범 한화손해보험 대표 등 6대 손해보험사 CEO들이 참고인으로 채택됐지만, 전원 출석에서 제외됐습니다. 이들은 도서·산간 지역 자동차보험 긴급출동서비스 차별 의혹으로 추궁받을 예정이었으나, 국감 이틀 전인 지난 13일 "전국 어디서나 동일하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약관 개정 계획을 약속하면서 소환이 철회됐습니다.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섬·벽지 지역 서비스 불이익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이들 CEO를 참고인으로 불렀으나, 보험사들이 전국 단위 서비스 확대 방침을 전달하자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한화손보를 시작으로 내년 9월까지 삼성화재·DB손보·KB손보·현대해상이 순차적으로 약관을 개정할 예정입니다. 의원실 관계자는 "의원실의 중재로 서비스 전면 시행을 이끌어냈다"고 설명했습니다.
같은 날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서도 정종표 DB손보, 구본욱 KB손보, 송춘수 NH농협손보 대표가 일반 증인으로 불렸지만, 모두 본부장급 임원이 대신 참석했습니다. 풍수해보험의 낮은 가입률(3~5%)과 높은 수익률(70%) 문제를 따질 예정이었으나, 전날 일부 의원들의 증인 철회 신청이 받아들여진 결과입니다.
보험사 CEO들의 국감 회피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23년 정무위원회 국감에서도 현대해상과 DB손보 대표가 각각 발달지연장애 보험금, 반려동물 보험 분쟁 문제로 증인 채택됐지만, 의원실이 보험사로부터 개선 약속을 받아내며 출석이 취소됐습니다. 2022년에도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설계사 처우 문제를 질의하기 위해 구도교 전 대표가 증인으로 불렸으나, 간담회 합의로 무산된 바 있습니다.
금융권에서는 의원실 중재가 신속한 제도 개선을 유도한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잇따른 사례가 '국감 회피 수단'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큽니다.
실제 일부 보험사는 국감 이후에도 개선 약속을 지키지 않아 논란이 이어졌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국감 직전 급히 합의를 내세워 책임을 피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문제가 실질적으로 해결되는지 사후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윤한홍 정무위원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양당 정무위 간사 의원들과 얘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